[땅집고] 전세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각지대로 꼽히는 ‘부동산 분양대행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나왔다. 분양대행업이란 건물을 개발하는 시행사로부터 분양 업무을 위임받은 뒤, 분양 계약을 성사시킬 때 마다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사업을 말한다. 최근 발생한 전세사기 중 분양대행업자가 집주인과 공모해 세입자 전세금을 뜯어내는 형태의 사건이 적지 않아 이 같은 제언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등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혁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공동대표, 안상미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 위원회 공동위원장, 장영호 한국부동산분양서비스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분양대행 업체 수는 최소 2000개며, 종사자 수는 4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분양대행업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시장 규모를 집계하기는 어렵다. 현재 분양대행업과 관련한 규정은 주택법에서 다루고 있는데, 30가구 이상 주택에만 적용되는 바람에 이보다 가구수가 적은 원룸·다세대·다가구 등은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날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월 경찰청이 발표한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322건의 2445억원의 피해가 전세사기 가운데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가 공모한 갭투자형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규모가 전체의 24%에 이를 정도로 컸다”며 “특히 분양대행업자들이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을 부추겨 사기를 친 사례도 많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어 “제2의 전세사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개사뿐만 아니라 제도권 밖의 분양대행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간담회 공동주최자인 정혁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공동대표 역시 현재 분양 대행업자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 기반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분양 대행업이 국민들의 재산권과 주거권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관련 산업을 법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부동산분양대행업자들은 주택외에도 다양한 부동산을 분양하고 있지만 제도권에서는 주택법에만 관리가 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규제 사각지대에서 다수의 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보호를 위해 분양대행업자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 대표로 나는 부동산 분양·개발회사 CLK의 최지태 사장은 "일부 영세 분양대행업체의 불법 행위가 전체 분양대행업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꼬집으며 "현행 법률은 사업주체에게 분양대행업자의 관리를 맡기고 있어 정부에서 분양대행업자의 건전성 여부, 규모, 사업 실적을 파악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권에서 분양대행업자를 관리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지난 8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의무사항, 금지행위, 처벌규정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분양대행업의 관리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박정하 의원은 “국민의 소중한 개인 정보를 다루며 부동산 계약 전반에 걸친 안내를 제공하는 분양대행업이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허종식 의원 역시 "국토교통위원으로서 분양대행업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