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서울의 주택 공급 실적이 14년 전인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4만2724가구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만6090가구)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아파트 ‘35층룰’ 폐지,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서울 주택 인허가 실적은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훨씬 더 감소한 셈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을 적극 도입했다. 하지만 신통기획은 주로 초기 단계에 놓인 정비 사업지의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신통기획을 통한 주택 공급 효과는 적어도 5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2~3년간은 서울에 공급이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 주택 공급 선행지표 인허가 물량…서울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
지난 7월 서울시는 일명 ‘오세훈표’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이 순항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시가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목표로 도입한 신통기획으로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동안 총 44곳, 6만가구 규모 사업지 개발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신속통합기획은 2021년 7월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오세훈 시장이 서울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부동산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의 원인이 공급부족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2020년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재개발·재건축을, 2021년 2월 4일에는 2.4 부동산 대책으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각각 발표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어 오 시장도 서울형 정비사업 기반을 수립했다. 초반 공공기획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다가 ‘공공’이란 단어에 대한 정비사업지 주민들의 반감을 의식해 신속통합기획으로 공식 명칭을 바꾸고 규제 완화 조치를 본격화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초기 인허가 단계 기간을 최대 5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인허가 발목을 잡은 주거정비지수를 폐지하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7층)의 층수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당시 시는 연평균 2만6000가구, 5년간 13만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서울 아파트 ‘35층룰’을 없애 50층, 70층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멈췄던 정비사업지들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서울시의 인허가 물량을 살펴보면 규제 완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서울시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4만2724가구로 2009년(3만6090가구)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허가 물량은 시가 당해 연도에 시행사가 건물을 짓도록 허가해 준 물량을 말한다. 인허가를 받아도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예컨대 올해 인허가를 받으면 이듬해 착공에 들어가는 등 시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착공 후 입주까지는 2~3년이 더 걸린다. 즉, 인허가 물량은 주택 공급의 선행지수로 본다.
최근 5년을 살펴봐도 서울의 현재 인허가 실적은 저조한 수준이다. 서울의 인허가 물량은 2018년 6만5751가구로 지난 5년 중 가장 많았다. 2019년 6만2272가구, 2020년 5만8181가구, 2021년 8만3260가구를 기록했다. 각종 규제로 정비사업을 틀어막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도 인허가 물량은 5만가구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올해는 7월까지 누적된 물량이 1만8536가구인데, 지난 5년간 인허가 물량을 1~7월 누계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역시 최근 2년간 물량이 적다. 지난해에도 2만8200가구로 전년도(4만6041가구) 대비 반토막이 났으며 올해도 지난해의 65% 정도만 공급됐다.
■ ‘더블’된 공사비…규제 풀어도 서울 정비사업 버겁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재정비 사업 초기 단계 즉,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비구역 지정을 받는 과정 자체가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준공까지 과정이 지나치게 늦춰지는 것이 주택 공급 부족의 큰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사비와 금융비 증가 등 물가 상승 문제가 공급의 발목을 잡는단 이야기다.
정부의 안전진단 완화, 신통기획의 층수·인허가 규제 완화 등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 규제 완화다. 어느 정도 사업을 완성하고도 분양하지 못하는 사업지에는 별 영향력이 없어, 새로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연구소장은 “지난 2년간 물가 상승 여파로 평당 공사비가 300만~400만 하던 것이 최소 700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며 “서울 정비 사업지 중에서도 알짜 사업지에만 시공사가 입찰을 하는 추세여서 비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급선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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