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년간 방치된 통영 섬마을 폐교의 변신…"학생 대신 길냥이가 산다옹"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9.17 07:26

[땅집고]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에 있던 폐교 한산초를 리모델링해 개장한 ‘고양이 학교’에서 한 고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KBS캡쳐


[땅집고] 인구가 160여명에 그치는 경남 통영시의 한 작은 섬마을. 주민 수가 적은 데다 도심과 떨어진 오지인 만큼, 다른 지역보다 일찌감치 지역 이탈과 저출산 등 문제로 타격을 받아 마을에 하나 뿐이던 초등학교가 2012년 문을 닫았다. 학교는 폐교 후 10년여 동안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하면서 유령건물처럼 방치됐다.

그런데 최근 통영시가 폐교에 독특한 콘텐츠로 생기를 불어넣어 업계 주목이 쏠린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 인근 한려해상국립공원에 길고양이가 수두룩한 점을 겨냥해 이곳을 일명 ‘고양이 학교’로 재탄생시킨 것.

[땅집고] 2012년 폐교한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 소재 한산초 건물. /통영시


이달 6일 통영시는 한산면 용호도에 있던 폐교 한산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로 개장했다고 밝혔다. 운동장 3000㎡가 딸린 2층 규모 건물 446㎡에 길고양이 보호실과 치료실, 캣 북카페, 노령묘실 등을 조성해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널따란 공간을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사업비로는 총 4억원이 들었다. 낡은 학교 울타리와 출입구 디딤돌 교체는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현재 30여마리가 고양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최대 120마리까지 수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 학교는 단순히 고양이들을 양육하는 시설은 아니다. 길고양이나 인근 바닷가에 유기된 고양이를 구조한 뒤 치료하고, 새 가정으로 입양까지 연계하는 모든 과정을 도맡는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늘었지만 그만큼 유기묘 수도 늘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이런 길고양이들을 살리는 동시에 폐교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란 평가가 나온다.

[땅집고] 폐교한 한산초를 고양이 학교로 리모델링한 모습. /통영시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따르면 전국 길고양이 수는 약 100만마리로 추정된다.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로드킬이나 인위적인 살해 사건 등으로 인해 3년 안팎으로 짧은 편이다. 최근 3년 동안 로드킬로 세상을 떠난 길고양이는 11만3000여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보호시설에 입소하더라도 일정 기간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되기 때문에, 길고양이들 입장에선 이번 고양이 학교의 존재가 행운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통영시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유기 상태로 발견됐거나 학대받아 장애가 생긴 고양이를 구조한 뒤, 고양이 학교에서 치료하고 보호해 입양까지 연결해 줄 예정이다. 보호 대상은 ▲통영시 소재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구조된 고양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구조 신고된 고양이로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돼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3개월령 이하 고양이 ▲학대받은 고양이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학대로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으로 정했다.

[땅집고] 경남 통영시 고양이 학교 개소식. /KBS 캡쳐


통영시는 자체 운영 중인 통영시동물복지플랫폼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고양이들의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다. 또 고양이 관련 교육이나 공연, 축제 등을 기획에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이달 개장한 고양이 학교는 동물 생명권 보호, 폐교 활용 인간과 동물의 공존, 섬 활성화 등 여러 의미를 담은 사업”이라며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전국적인 본보기가 되도록 원활한 운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양이 학교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동안 집을 잃어버린 길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아팠는데,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니 너무 잘됐다”, “구조된 길고양이들이 얼른 좋은 주인을 만나 사랑받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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