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공급부족·집값상승보다 더 문제인 것, 서울 노후주거지 슬럼화"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9.17 07:37

[혼돈의 부동산시장, 어디로-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인터뷰

[땅집고] 김우진 원장


[땅집고] “지금은 공급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지만 2~3년 후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며 이주가 대거 발생할 때 전세입자들을 위한 주거 대책(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입니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2~3년 전 부동산 호황기에 인허가·착공한 물량이 있기 때문에 입주 물량 기준으로 보면 지금 공급이 부족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구 수 증가율이 최근 2~3년 전부터 줄어드는 추세라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를 위한 공급대책을 마련한다면 당분간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김 원장은 부산대 사회학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를 졸업하고 영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택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을 역임했다.

- 부동산 시장 과열·침체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과 이 정책이 시장이 미칠 여파는?

“최근 시장의 과열은 정책 금융으로 인한 일시적 반등이다. 소득 상위 30% 중 75%가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 소득이 낮은 2030은 특례보금자리론을 지원받아 샀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정부에서는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은 내놓지 않기로 했다. 또 동시에 공급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전매제한, 안전진단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개발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재개발,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는 주택 중 70~80%에 세입자가 살고 있는 임대주택이라는 점이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에서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사업 승인을 거치면 결국 이들 사업지에 살고 있는 임차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 즉 재개발,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2~3년 후 대규모 임대주택이 멸실되고 임대주택 부족으로 인한 전세금 상승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어떤 보완책을 함께 내놔야 하나?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주시점에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을 함께 만들어야 전세시장 과열·급등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내놓는 공급정책은 민간 분양 등 매매 시장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이고 임대관련한 내용은 없다. 때문에 공공임대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선 현재 기준으로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 경기 호황이었던 2020~2021년 인허가 착공했던 물량이 크게 늘어 입주 물량만 살펴보면 오히려 최근 증가세다. 오히려 향후 2~3년간은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

최근 2~3년 후 공급난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공사비 인상에 따른 착공·인허가 감소다. 하지만 단순히 전체적인 절대감소량을 보고 공급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결국 수요에 비해 적정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의미인데 어느 지역에서 인허가, 착공량이 줄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허가 착공이 줄어든 지역은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 애초에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일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지속적인 서울·수도권 주요지역의 인허가 착공량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최근 분양시장 현황이 이를 증명한다 동탄, 광명 등 주거 수요가 지속적인 곳은 분양을 했고 성적이 좋았다.

또 2~3년 후에도 지금처럼 주거 수요가 계속 증가하거나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낮다. 가구수 증가추이를 살펴보면 1인가구 숫자는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고 2028년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공급량도 이에 맞게 줄어든다면 절대적으로는 감소했다고 볼 수 있으나 공급이 수요에 맞게 적절한 수준으로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

- 공사비 인상에 따라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공급량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착공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데 의문이 든다. 우선 공사비에는 단순히 공사할 때에 드는 사업비 만이 포함돼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는 행위들, 홍보 등 관리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만약 이대로 공사비가 오른다면 종합건설사 대신 시공만 담당하는 업체들이 아파트를 짓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또 경제 불황기에는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착공, 인허가 할 곳이 줄어들며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를 하기 위해 저가 입찰 경쟁을 할 가능성도 있다.”

- 향후 부동산 전망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경기 상황을 살펴봤을 때 주택 구매 여력인 소득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소득이 크게 증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할 때는 대출금리가 높아도 별 부담이 없다. 하지만 소득이 늘지 않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빚내서 집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의 상승은 정부 정책(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한 일시적 반등일 뿐 진짜 상승 국면으로 시장 분위기가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미국 경제공황이 왔을 때 30% 하락했다 5%씩 올라가는 등의 모습을 반복했다. 만약 완전한 반등세로 돌아섰다고 보려면 선호하지 않는 지역도 함께 올라야 하는데 지금 시장은 주택 상품 중에서도 아파트에 상승세가 쏠려있고 아파트 중에서도 일부 지역에 국한된 상승이다. “

-재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서울 혹은 수도권 주요지역의 슬럼화다.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렇게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점점 더 낡아가며 비선호지역으로 전락하고 슬럼화할 것이다. 특히 최근 주택을 구매하려는 젊은 층은 서울과 거리가 있더라고 편의시설을 갖춘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3기 신도시라는 대안이 나타나면 서울 노후 주거지들은 주거 시장에서 더욱 소외당할 가능성이 높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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