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잠실5단지 신통기획 철회 신청서 접수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9.14 18:02 수정 2023.09.16 11:26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원의 10%에 달하는 주민들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참여를 철회한다는 동의서 모아 지난 4일 송파구청에 접수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비대위연합회


[땅집고]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여주겠다며 역점 사업으로 내놓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압구정3구역에서 각각 관할 구청에 신통기획 철회 동의서를 제출하면서다.

14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비대위연합은 지난 4일 송파구청에 ‘신통기획 자문방식 철회 동의서’를 제출했다. 비대위연합에 따르면 신통기획 철회에 참여한 주민은 410명으로, 잠실주공5단지 전체 조합원 4050명의 10%를 넘는다.

신통기획 자문의 경우, 주민 10%만 반대해도 신통기획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이 신통기획 참여 단지 조합원의 10%가 맞는지를 검토한 후 시에 전달하면 철회 절차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철회서 확인절차를 거쳐서 신통기획 철회를 확정한다는 설명이다.

잠실주공5단지 비대위연합 측에서는 과도하게 높은 기부채납과 신천초등학교 부지 문제, ‘ㄱ(기역)자’ 관통도로 등을 문제로 삼았다. 잠실주공5단지 비대위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아파트 자리를 준주거로 바꿔 과도한 상가를 넣은 주상복합으로 지으려고 하는데, 이 상태로 신통기획을 진행하면 기부채납은 25%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아파트만 넣으면 기부채납은 8%로 줄어들기 때문에 신통기획을 진행하려는 조합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검토의견으로 71개 의견을 보낸 지 11일 만에 조합에서는 26개만 바꿔서 급하게 신통기획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8년 넘게 기다렸는데 엉망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땅집고] 압구정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조선DB


재건축 설계사 공모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던 압구정3구역에서도 신통기획 철회 동의서를 제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전체의 약 15%에 달하는 주민 620여 명은 지난 12일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서울시의 신통기획 반대 청원을 제출했다. 높은 기부채납률과 공공보행교 등 서울시의 간섭이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주민참여감시단 관계자는 “신통기획 철회에 대한 서울시의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10%보다) 높은 목표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압구정 3구역의 경우, 자문 방식을 택한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기획 방식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신통기획 철회를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자문 방식은 주민 10%의 의견만으로 신청 철회가 가능하지만, 기획 방식은 구청이나 서울시가 아닌 조합이 신통기획 여부를 결정한다. 10%가 넘는 주민이 반대해도 조합이 원하면 신통기획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철회 여부와 상관 없이 압구정 일대에서는 신통기획 자체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압구정3구역을 비롯해 2~5구역 모두 신통기획 기획 방식에 참여했다. 그런데 특화설계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서울시가 단지를 가로지르는 공공보행통로와 대규모 기부채납시설을 요구하면서 신통기획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아직 철회 움직임은 없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통기획 자문 방식을 추진 중인 여의도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여의도는 그나마 종상향 혜택을 줬기 때문에 그나마 참고는 있지만, 신통기획에 대한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 내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신통기회에 참여하면서 일정 단축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 간섭이 지나친 데다가 속도까지 느리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간 신통기획에서 이탈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시범ㆍ한양ㆍ삼부ㆍ목화ㆍ대교아파트 등이 신통기획 자문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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