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주택공급 13년만에 최악으로 추락...복합위기에 정부 난감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09.06 17:01 수정 2023.09.08 18:12

[공급대책 미리보기] ② 3개월 안에 7만호 추가 공급 가능?

[땅집고] 청와대까지 나서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공급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5년간 250만호 주택공급을 더 확대, 270만 가구 공급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올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문재인 정부는 물론 2010년 이래로 최저치를 찍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20만7278가구)은 전년 동기보다 29.9%가 감소했다. 이는 규제 위주의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부(2018년~2021년) 1~7월 평균 인허가물량(26만7087가구)에 비해 6만 가구 정도 부족하다. 인허가를 받아도 절반 정도만 착공할 정도로 주택공급은 위기 상황이다.

정책을 펴기도 쉽지 않다. 주택시장은 과열과 침체라는 정반대 방향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올해 1월 0.28대1에서 8월 36. 62대1로 치솟았고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가격은 상반기에만 10% 급등했다. 7월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보다 서울 13%, 경기는 19%, 전국 평균은 11.8%가 올랐다.

이런 지표만으로 보면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과열 조짐에도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한 것은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폭등,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 고금리 기조, LH의 기능 마비, 중대재해법 등의 영향 탓이다.

부동산 시장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복합 위기’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만일 내년에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하면 공급부족에 의한 집값 폭등 현상도 예견된다.


[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정상화 TF 킥오프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복합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정상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공급 위축 상황을) 당장 역전시킨다기보다는 더 위축시키지 않고, 확대 흐름으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다해 공급 초기 비상 단계를 반전시키겠다"면서 “올해 12월 정도가 되면 공공부문 인허가는 목표치를 맞추거나 넘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공공부문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발 묶인 LH, 공공주택 발주 속도 낼 수 있나

이번 회의에서 공공주택 발주를 앞당기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주요 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활성화다. LH의 토지 제공, 발주 등 사업 진척 상황을 직접 챙겨 공공 부문 인허가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LH가 공공 주택 공급을 이전처럼 주도하기는 상황이 여의찮다. 철근 누락 사태에 이어 LH 전관 업체가 포함된 설계, 감리 용역 계약을 전면 취소해 재공모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H에 따르면 이미 계약이 완료된 총 11건 용역이 백지화되면서 주택 공급 일정이 밀린 가구 수는 약 2800가구 규모다.

LH가 각종 수사와 조사에 휩싸여 있다는 점도 사업 진척에 제동을 건다. 현재 경찰은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의 설계, 시공, 감리 업체와 LH 내부 직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 조사도 예정돼 있다.

LH를 둘러싼 사업 추진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번 철근 누락 사고로 인해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기준이 올라가면서 건설사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공공’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기준마저 강화하게 되면 건설사들의 입찰 선호도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러스트=손민균



■ PF 위기에 치솟는 공사비까지…민간 분양도 ‘안갯속’

민간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따라 부동산 PF 자금 경색으로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공사가 중단 및 지연되는 사례가 늘며 주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승인 물량보다 착공에 들어간 물량이 극히 적은 점은 PF 자금 경색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인 가구인 데 비해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10만2299건이다. 인허가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9월에 자금을 구하지 못해 사업을 중단하는 건설 현장이 나오고, 돈을 대거나 보증을 섰던 금융사로 문제가 번질 거라는 이른바 ‘9월 위기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1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 가동 같은 대책을 이미 마련한 만큼 연체율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PF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데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비은행권에 대출이 몰려 있어 위험은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PF 위기를 정부가 틀어막고 있는 상태로 본다”면서 “공언한 대로 9월은 넘길 수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부실 규모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점도 민간 공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2구역은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논의 중이고, 홍제3구역 조합은 다른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수년간 지속해 상승한 여파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기도 쉽지 않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3개월 안에 7만호 추가 공급?…사실상 불가능

정부가 민간 및 공공에서의 공급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히는데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의 의지와는 별개로 공급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당장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 주택 인허가 건수는 5000여 건에 그쳤는데, 이는 목표치(7만6000가구)의 10%도 미치지 못한다. 상반기 공공분양 착공 실적은 1700여 가구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급감했다.

주택 공급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목표 설정도 문제다. 국토부 발표대로 올해 12월에 인허가 목표치를 맞추려면 약 7만 가구 규모의 추가 실적이 필요한데, 3개월이라는 시간은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목표 달성도 요원하다. 정부가 2024년 예산안을 통해 내놓은 내년 공공분양 공급 목표는 9만호로 한 달에 약 7500호를 공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최근 추이를 감안하면 이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국토부는 “계획한 공급물량을 달성하기까지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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