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부동산 시장 어디로⑤] 일시적 반등후 하락론
[땅집고]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집값이 최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바닥론’과 일시적 반등일 뿐 하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무릎론’이 부딪히는 상황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무릎론’에 무게를 뒀다. 최근 나타난 상승세는 정부가 실시한 완화 대책으로 인한 ‘일시적 반등’ 일뿐 국내 경제 환경과 미국 금리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하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만든 일시적 집값 반등
임 교수는 “여러 경제 지표를 감안할 때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고 볼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국민 소득이 줄고, 수출도 감소하는 가운데, 금리까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국내 경기가 좋아질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달러화 기준 3만2661달러로 1년 전(3만5373달러) 대비 7.7% 감소했다. 경제 성장률 역시 4%대에서 2%대로 둔화했다.
임 교수는 “일반 경기와 부동산 경기가 꼭 함께 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정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서 “가계 부채가 오르는 등 경제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게 ‘기현상(奇現象)’으로 정부가 나서서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을 완화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해 30대 이하 매수세가 많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 20만3000건 중에서 30대 이하에서 이뤄진 건수가 31.3%에 달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공급 규모는 지난 7월까지 31조1000억원을 달성하면서 초기 예상 규모인 39조6000억원이 78.5%를 달성했다.
임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출 및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펼쳤다는 것 자체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집값 상승을 논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하반기 강남 입주 물량이 서울 전셋값 내릴 것”
익명을 요구한 금융 전문가도 앞으로 집값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 금리를 살펴보면 시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이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국내에서도 금리를 단기간에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나 한국은행이나 대출 완화 정책을 펴긴 했지만, 가계 부채가 이 정도로 증가하는 것을 원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 이유로 대출 금리를 더 올리는 방향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울러 당장 올해 하반기 강남권에서 나오는 입주 물량도 시장에 부담을 주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오는 11월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해당 단지 입주 물량은 6702가구 규모에 달한다. 그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가구 수를 보면 강남 전반 전셋값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이로 인해 강남 지역 전세가가 낮아지면 서울 전반에도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해당 전문가는 부동산 PF 우려가 크다는 점 역시 하락 전망에 무게를 쏟는 요인이라면서도 최근 제기된 ‘9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정부가 그동안 위기를 잘 막아왔는데 굳이 9월에 이를 막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9월 위기설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가운데 상당 물량이 8월에 집중돼 있어 9월부터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물량도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했다.
그는 “지난가을부터 은행이 유동성을 조달하느라 채권을 많이 발행했고, 정기 예금 금리도 많이 올랐다”면서 “금리 인상 여파가 도미노식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앞서 레고랜드 발 PF 위기도 무난히 넘어간 것을 보면 이번 위기설도 크게 걱정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거래량에 비해 매물 적체 속도 빨라…수요자 ‘공백 상태’ 의미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장 거래량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매물이 훨씬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는 점을 보면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시장에서 판단하면 매물이 이렇게 많이 적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의 논리에 따르면, 최근의 시장 상황을 보면 실수요자가 대출 확대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유입됐고, 가수요가 따라붙은 형태로 거래량이 쭉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아니다. 매물이 많은 데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건 시장이 공백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의 경우, 가을 이후에 입주 물량이 대거 풀릴 예정으로 가을이 집값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원 리치고(데이터노우즈) 대표도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분석한 언론 인터뷰에서 ‘긴 대세 하락장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부양 정책을 펼치고 주식 시장이 안정화하다 보니 단기 반등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러기엔 거래량이 너무 적다”면서 “이미 코로나 시대에 소위 ‘영끌’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현재 집값을 부양해 줄 만한 수요자가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IMF 당시보다 가계부채가 너무 높고 인구 감소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각한 부동산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인구가 성장하던 시기에도 대세 하락이 시작되면 6~7년씩 하락이 지속했는데, 인구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는 수요가 부족해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의 흐름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논리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