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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 김포골드라인 대책이라는 수상버스…과연 묘안일까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9.04 15:13 수정 2023.09.08 11:06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리버 버스(river bus)’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수상 콜택시’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교통망은 모두 오 시장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관이 깊고, 출ㆍ퇴근용 교통망으로 활용 가능하다.

‘수상 콜택시’는 도입 첫해엔 일평균 이용자가 100명을 웃돌았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엔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후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는 평가를 받는다. ‘리버버스’ 사업 역시 지난 2017년 서울시 자체 조사 결과 사업성과 수익성이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땅집고] 서울시가 2007년 도입한 '수상 콜택시' 이미지. /조선DB


■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리버버스’로 해결한다

서울시는 내년 9월 운항을 목표로 199인승 규모 ‘리버버스’ 도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리버버스를 이용하면 아라한강갑문부터 여의도까지 이동 시간은 약 30분으로 전망된다. 운항 간격은 출퇴근 시간대 기준으로 15분 내외다. 시는 마포ㆍ여의도ㆍ잠원ㆍ잠실 등 주요지역을 연결하는 노선도 내년 9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를 위해 리버버스를 도입하는 만큼, ‘아라한강갑문’에 선착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리버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한 뒤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입장이다. 또한 시는 지하철 등 육상 대중교통과 동일한 교통카드로 결제하고,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자체와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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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1대가 약 50명을 수송한다고 가정할 때 버스 4대 인원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어 리버버스가 대중교통 혼잡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는 선착장 위치 및 접근성과 운항 노선, 시간, 이용요금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위해 ‘운영 활성화 방안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요를 분석해 올해 중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1월부터 기반시설 설계 및 공사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땅집고] 서울시는 4일 리버버스를 운행할 ㈜이크루즈가 속해 있는 이랜드그룹과 대중교통 편의 증진 및 한강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강 리버버스 사업 추진 공동협력 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최종양 이랜드그룹 부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부터). /서울시


■ 수익성 ‘또’ 안나오면 어쩌려고…”그래도 추진”

그러나 이런 서울시 계획이 실현되기엔 어려움이 산적한 상황이다. 리버버스 사업은 서울시 자체 조사 결과 수익성과 사업성이 모두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가 지난 2017년 발간한 ‘한강 리버버스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마곡~여의도, 여의도~동작, 마곡~동작 등 3개 노선에 200인승 고속페리 4척을 투입해 통근 및 관광용으로 운행(30분 간격)할 경우 경제적 타당성(B/C)은 0.42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계획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는 올해 안에 수요를 확인하고, 내년 초부터 공사를 추진, 9월엔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만약 남은 4달 안에 원하는 용역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시는 리버버스 운행 사업자로 ‘이크루즈’가 속한 이랜드그룹을 선정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수요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시협약 체결 시점(9월)까지 정해놓은 셈이다.

[땅집고] 올해 3월 유럽 출장 당시 영국 리버버스를 탑승한 오세훈 시장의 모습. /서울시


■리버버스, 제2의 수상콜택시 될까?

과도한 예측은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우이신설선과 신림선은 예상보다 낮은 수요로 인해 수익성이 매우 떨어지는 실정이다. 2017년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하루 평균 13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올해 1분기(1∼3월) 이용 승객은 약 7만명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2007년 선보인 ‘한강 수상 콜택시’도 서울시 ‘애물단지’ 중 하나다. ‘한강 수상 콜택시’는 개시 당시 잠실과 뚝섬유원지, 여의나루, 선유도 등 한강 일대 11개 선착장을 최고 시속 60∼70㎞로 오갔으나, 요금이 비싸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이용자 수는 서울시 예상치(일평균 2만명)에 한참 모자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수상택시 이용객은 1400여명이다.

전문가는 수요 예측 실패가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리버버스를 출ㆍ퇴근용으로 쓰고 남은 시간엔 어떻게 활용할지, 한강의 홍수피해 등을 고려했을 때 선착장을 어디 설치하는 게 효율적인지 등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버버스가 김포골드라인 교통완화 대책으로 나온 만큼, 이는 서울시민과 김포시민들의 세금이 직결된 사안”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울시정연구원 등을 통해 충분한 수요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물류 전문가는 ‘오세훈식 밀어붙이기’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수요 예측도 못 한 사업의 사업자를 선정한 점과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발표해도 될 사안을 무리해서 발표하는 점에 비춰보면 ‘리버버스’ 도입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리버버스’가 이미 수년전부터 언급된 사안인 만큼, 서울시가 관련 내용을 충분히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리버버스 도입은 새로운 사안이 아니고,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라며 “지하철이나 도로처럼 새로 길을 내는 것이 아니고 한강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예산이 적게 들고, 검토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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