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코스피는 오르는 가운데 국내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KRX 리츠 톱(Top)10’ 지수 종가는 799.20로 나타났다. 연초 1월25일 919.17에서 13% 이상 떨어졌다. 이 지수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했다.
상장 리츠 및 인프라 기업을 포함한 ‘KRX 리츠인프라’ 지수도 이날 1378.68에 마감하며 연초(1월26일) 1527.98보다 10%가까이 떨어졌다. 코스피가 8개월 만에 2500선을 넘기며 연초 대비 1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주요 리츠 종목들의 주가는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21일 기준 올 초 대비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26%, KB스타리츠는 22%, SK리츠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21%씩 떨어졌다.
꺾이는 수익률에 K리츠 주주들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하락기에 기관과 외국인은 리츠에서 탈출하고, 개인투자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리츠 운용사들은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운용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은 지난 16일 “현재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이 장기적으로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시장 분위기는 결국 반전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주가 하락을 사과하는 서한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리츠는 최근 1년 주가가 17% 빠졌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자금을 물류센터, 쇼핑몰, 오피스, 오피스텔 등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뒤 여기서 나온 이익을 배당하는 금융 상품이다. 리츠가 상장하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데다가, 매년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들에게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특성상 리츠를 보유할 경우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물가 상승으로 임대료가 오른다면 배당 역시 높아져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도 있어 인플레이션 시기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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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리스크 위기 여전하지만…”기회는 있다” 희망적 관측도
부동산 불황기로 인해 글로벌 리츠 시장은 완전히 추락한 상태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해외로 빠졌던 일부 투자자들이 이른바 ‘K 리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이 대체로 죽을 쑤는 가운데, 국내 오피스 시장이 활황을 유지하면서 이를 저점이라고 보고 진입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각종 리츠 관련 지수가 추락하면서 지금을 저점 진입 기회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다. 국내 리츠 시장은 글로벌에 비해 섹터 가짓수가 도심 사무실과 쇼핑몰, 호텔, 오피스텔 등으로 적어 리스크가 큰 편이지만, 특정 섹터가 유달리 활황을 보이면서 이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국내 부동산 중 오피스 시장은 유달리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하락세가 뚜렷한 국내 오피스텔,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강남, 여의도 등 서울이나 판교 등 경기권 오피스 시장은 공실률이 자연공실률 이하로 내려갔다. 외국은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며 오피스 시장이 대폭 꺾인 것과도 정반대 행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과 사무실 매매량은 전 분기 대비 각각 133.3%와 45.7% 증가했다. 서울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4월 2.35%, 5월 2.43%, 6월 2.59%를 기록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한국은 엔데믹 시기가 오자마자 정상 근무 시스템으로 되돌아가고, 코로나19 시기 온라인으로 급성장한 화장품ㆍIT 기업 등이 주요 권역으로 이사하면 오피스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수도권 주요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2%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을 중단하거나 감액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리츠도 옥석 가리기 필수”
그렇다고 모든 오피스 관련 리츠 상품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통상 국내 리츠 상품에는 프라임 빌딩은 들어가지 않고, 2군 빌딩ㆍ오피스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수석 위원은 “국내 오피스텔이나 리테일 등은 전망이 밝지 않지만, 국내 오피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며 “프라임급 빌딩이 빠졌더라도 자연공실률 이하 권역 빌딩이나 오피스는 수요가 많아 괜찮은 상품으로 볼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 다시 불고 있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고금리 장기화 등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 위원은 “글로벌 리츠 시장에서 국내 오피스 리츠로 넘어온 투자자들이 최근 글로벌 리스크로 인해 투자 심리가 꺾이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며 “불확실한 상황을 지켜보며 추이를 지켜보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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