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실버타운 대표주자 서울 광진구 자양동 실버타운 ‘더클래식 500’이 입소 연령을 80세에서 75세로 낮추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퇴직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실버타운은 고령화 시대를 역행하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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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더클래식500’은 기존에는 만 60세부터 만 80세까지 입소가 가능했으나, 올해는 최고 연령 기준을 만75세로 변경했다.
더클래식 500측은 입소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연령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대기자 중 취소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대기 인원이 꾸준히 많아서 대상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주 중 만75세를 넘겼더라도,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계속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클래식500에 따르면 현재 대기 기간은 최소 2년이다. 입주는 계약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부부 중 1명이 60세 이상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거주 중 전염병이나 지병이 생기면 퇴소해야 할 수 있다. ‘더클래식500’에 부모님을 모신 A씨는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입주자의 건강을 평가할 때 ‘부적격’ 판정이 나면 재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며 “입주자 의지가 아닌, 실버타운 측에서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를 팔고 이곳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라며 “한두가지 질병이 없는 노인이 어디 있나”라고 토로했다.
더클래식500 입주자 B씨는 최근 검진에서 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뒤 ‘퇴소 대상’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더클래식500 측은 ‘의료시설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없으니, 퇴소를 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서도 “오래전에 낮은 관리비를 조건으로 들어온 사람을 내보내고, 더 많은 돈을 낼 입주민을 찾는 것 같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실제로 ‘더클래식500’ 월 이용료와 관리비는 2년간 상향 조정됐다. 보증금은 9억원 그대로이나, 계약 기간 3년간 월 이용료는 87만~124만원에서 167만원으로 올랐다. 1~2년 단기 계약도 가능했지만, 현재는 3년 계약만 가능하다. 식대는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변경됐다.
더클래식500 측은 물가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것이며, 관리비 등 인상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결정된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건강검진과 공동체적합성평가 결과 퇴소자를 결정할 뿐, 수익성을 위한 계약 연장 거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퇴소 결정 받은 이들 중 약 80%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며 “이러한 질병이 생기면 남의 집에 들어가거나, 공동체 생활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자 인지능력 등을 옆에서 평가해 추후 퇴소 결정 근거로 활용한다”며 “퇴소 절차를 밟는 기간은 약 1년으로, 퇴소 후 거처를 마련하는 기간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더클래식500은 하이엔드 실버타운 1위 주자로 꼽힌다. 55평 단일 평형으로, 임대 보증금 9억원, 월 이용료는 관리비를 포함해 약 197만원(2023년 3월 기준)이다. 기본적으로 건강상담과 24시간 간호사 상주, 건국대 진료 지원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외에 맞춤식 운동 및 영양 관리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이 비싸지만, 인기가 상당하다. 업계에 따르면 ‘더클래식 500’은 재계약율이 90%가 넘는다. 10명 중 9명이 만족감을 드러낸 것. 실버타운 전문가 문성택, 유영란 부부는 ‘실버타운 올가드, 100세 시대 최고의 노후 주거지’라는 책을 통해 ‘럭셔리 실버타운’ 1위로 ‘더클래식500′을 선정했다.
현장에선 ‘아쉽다’는 의견과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 소외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대표 실버타운마저 노년층을 가려 받겠다고 한 형국이나, ‘고급 실버타운’ 이미지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노블카운티도 연령 제한을 둔 것처럼, 고급화 이미지를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에서 혼자 지내는 노인들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 이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19.1%(185만5150가구)를 차지했다. 이어 60대 18.1%(175만8095가구)와 50대 16.6%(161만6451가구)가 순위에 올랐다. 혼자 사는 10명 중 3명은 환갑이 넘었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 차지) 진입을 앞두고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추진이 쉽지 않다.
최근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법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은 임금의 연공제적 성격이 강하고 해고 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장기간에 걸쳐 ‘65세 정년’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부분 기업에서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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