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시공을 맡은 GS건설에 대해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선포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건설사에 내린 징계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건설사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경우 신규 수주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마다 영업이익 반토막 난 상황이라, GS건설이 새 사업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이 유독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그동안 건설사마다 정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각종 ‘꼼수’로 실질적인 처벌은 받지 않았던 사례가 적지 않아, GS건설 역시 어느 정도 법망을 피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공존한다.
■GS건설 영업정지 10개월 ‘역대 최고 징계’ …서울 알짜 수주전 빠지나
건설업계에선 지금 같은 상황에서 GS건설이 10개월 영업정지 철퇴를 맞는 경우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남은 기간부터 서울 알짜 정비사업 현장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줄줄이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을 개정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시기가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크게 앞당겨졌다. 이번 개정안으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 서울 정비사업 조합이 총 86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약 10만가구, 공사비 3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강남3구에 32곳이 몰려있다.
강남권에선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 건설사 수주전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고 50층 랜드마크 아파트를 지을 수 있으며 모든 구역을 합하면 1만1800여가구 규모로 미니 신도시급이다. 이 밖에 개포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용산구 한남동 일대 및 정비창 등 대규모 사업장이 수두룩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이 국내 ‘5대 건설사’인 만큼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마다 시공권을 수주하려고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영업정지 처분으로 신규 수주 활동이 막혀 ‘깃발’을 꽂지 못하면 앞으로도 다른 건설사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집행정지 가처분·과징금 ‘꼼수’로 징계 피해 갈 확률도
한편 GS건설에 내려진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당분간 보류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중대재해를 일으켰던 건설사마다 정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행정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며 제재를 피하거나, 각종 ‘꼼수’로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받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경기 진접선 복선전철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붕괴 사고가 터져 노동자 4명이 사망해, 본사가 있는 포항시를 관할하는 경상북도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영업정지를 막아냈으며, 경북도지사 상대로는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현재 소송이 2년 넘게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 처분 집행이 잠정 중단됐다. 사실상 포스코이앤씨가 받는 제재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돈으로 영업정지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광주 학동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총 9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에 서울시로부터 하수급인 관리 의무 행위 위반과 부실시공으로 각각 영업정지 8개월씩, 총 16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건설사업자가 과징금으로 처분을 갈음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과징금 4억여원을 납부하면서 소멸했다. 이어 부실시공에 따른 영업정지 8개월 처분에 대해서는 앞서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현재까지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
■최종 처분까지 3~5개월 더 기다려야…원희룡 “감경 없다”
이번에 국토교통부가 GS건설에 내린 집행정지 10개월 처분은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행정처분심의위가 관련 업체의 의견을 듣는 청문 등 절차를 거쳐야 해서, 최종 결정까지는 앞으로 3∼5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다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GS건설에 철퇴를 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다른 건설사 선례들과 달리 영업정지일 감경 등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원 장관은 지난 27일 회의에서 "감경 요인은 없다고 본다"며 "위법 행위에 대해선 법률상 정하고 있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건설업계에 만연한 건설카르텔을 도전적으로 혁파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선포했다.
GS건설 측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사고의 원인이나 그에 따른 행정 제재의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뒤 청문절차에서 잘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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