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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흔들기' 끝, 다음은 포스코?…정권發 CEO 리스크 수면 위로 [건설사기상도]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8.28 08:06 수정 2023.08.28 09:04

[건설사 기상도] 포스코이앤씨② 회장 바뀌면 함께…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도 물갈이될 듯

[땅집고]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김강한 기자


[땅집고] 포스코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소유분산 기업 중 한 곳인 KT는 10개월 가까이 사장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거센 정치 외풍을 겪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KT 다음 타깃은 포스코라고 보고 있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전 포항제철)는 국민주주 공모 등의 과정을 거쳐 2000년 민영화에 성공했으나, 사실상 준 공공기관이다. 포스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초대 회장인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모든 역대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최 회장 역시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긴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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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DB


■ KT는 10개월째 경영 공백…다음은 포스코?

포스코와 같은 처지인 KT는 이미 사장단을 물갈이한 후,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김영섭 LG CNS 사장을 낙점했다. 김영섭 차기 대표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2년 이상 KT를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오른다.

KT는 지난해 11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아온 구현모 전 대표가 정치권과의 불화로 연임을 포기한 뒤로 지금까지 경영 공백 상태를 겪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KT 대표 연임을 공개 반대해 정치 개입 논란까지 일었다.

구 전 대표에 이어 윤경림 전 KT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사외이사와 계열사 후보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윤 전 사장도 사퇴 수순을 맞았다. 세 번째 시도만에 후보에 오른 김 내정자가 대표가 된다면 KT로서는 3년 만에 외부 출신 CEO를 맞고, 그동안 밀린 50곳이 넘는 계열사의 임원 인사 등 대규모 인사를 진행하게 된다. 김 내정자의 임기는 2026년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다.

정권도 ‘KT 흔들기’를 마무리하면서 경영은 빠르게 정상화한다는 전망이 업계 전반에 나온다. 2002년 민영기업이 된 KT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소유분산기업’이다. 3월 말 기준으로 KT의 대주주는 국민연금(8.27%),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이다.

■ 최정우, 사상 최초 임기 완주할까…”회장 교체 시 대거 물갈이”

업계에서는 KT 다음 타깃으로 포스코가 지목되면서 최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의 전반적인 물갈이가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최 회장 교체설이 돌았다. 최 회장은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서 연속으로 다섯번이나 제외됐고, 포스코는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본사 소재지 이전을 두고 역풍을 맞았다. 서울로 이전하려다가 정치권과 포항 시민의 반발로 포항으로 역이전을 결정한 것.

최 회장은 2018년 처음 취임한 이후 2021년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에서 퇴진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 회장은 현 정권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등을 영입하며 임기를 채우고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최 회장은 사상 최초로 연임 후 임기를 완주한 포스코 회장이 된다.

■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회장 라인” 물갈이 대상

그러나 사실상 임기를 완주하긴 쉽지 않고, 만일 완주하더라도 내년 3월 이후엔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 계열사 사장 등 그룹 내 주류는 대체로 회장 라인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룹 내 주류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초대 회장 때에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포항ㆍ광양제철소장 출신이 힘을 받았으나, 최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 동문인 부산대 출신이 메인 자리를 꿰찼다.

동문은 아니지만 최 회장 라인으로 불리던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사장은 4년 연임으로 최장수 사장으로 불리며 5년 연임을 노리고 있었다. 그동안 포스코이앤씨 사장 자리에는 내부 승진이 아닌 지주사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통상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 사장 자리는 회장 라인이 앉는다.

역대 사장 라인업을 봐도 알 수 있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2009년 3월부터 포스코이앤씨(전 포스코건설) 사장을 맡다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엔 포스코이앤씨 에너지사업본부장 출신 유광재 전 사장이 뒤를 이었다. 그 뒤로 지주사 출신인 황태현 전 사장,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 출신인 한찬건 전 사장, 포스코켐텍 사장 출신 이영훈 전 사장이 각각 2년씩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포코스이앤씨 한 퇴직자는 “내부 승진은 거의 전무하고 회장 선출 기여도에 따른 논공행상식으로 사장을 임명해 왔다”고 말했다.

익명의 건설업계 전문가는 “최 회장이 나가면 한 사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다”며 “계열사 사장은 회장 사람으로 채우기 때문에 회장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물갈이된다”고 말했다./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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