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종시가 도심에 소규모 숙박시설 입점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민과 상인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는 각종 국제행사를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어진·나성동 일대에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인들도 세종시 상가 공실률이 약 40%로 전국 최악인 상황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모텔촌’이 들어서면 주거·교육 환경을 크게 해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나성동 상업지구 내 상가에 30실 미만 소규모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최민호 시장은 “국제정원도시박람회(2025년),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2027년) 개최를 앞두고 ‘건전한’ 소형 숙박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숙박업소 사업 강행 의사를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세종시 신도심에는 소규모 숙박시설(모텔)은 하나도 없고 호텔만 들어서 있다. 호텔로는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세종(367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281실), 라고바움 관광호텔(33실) 등 총 681실이 있다. 올해 말, 250실 규모의 신라스테이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세종시는 아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민과 상인 입장이 엇갈린다. 나성동 일대 주민은 숙박시설이 일명 ‘러브호텔’로 전락해 인근의 주거와 교육 환경을 크게 해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성동 주민들은 숙박업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지별로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해 시청에 항의 방문을 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숙소가 부족하면 자유롭게 지을 수 있는 위락시설부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성동 주민 이모씨(47)는 “무작정 숙박업소 입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비어있는 위락시설부지를 두고 주거밀집지역 공실 상가에 숙박시설을 지으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은 숙박시설 설치를 적극 환영한다.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상권도 활발해질 것이고, 전국 최악의 상가공실 문제 또한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세종시 역시 이번 사업 추진 배경에 ‘상가 공실 해소’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전국 평균의 3배에 육박하는 상가 공실률 문제 해소 목적이 큰 게 사실이다”고 했다.
세종시의 도심지역은 계획 당시 주거에 방점이 찍혔다. 이로 인해 모텔 같은 숙박시설은 외곽지역으로 밀려났다. 또한 주거시설이 들어서면서 함께 교육시설이 자리 잡았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호텔 및 유흥주점은 교육시설로부터 50m 이내에 들어설 수 없다. 이 구역을 벗어나더라도 교육시설 직선거리 200m 이내에는 유해·위락시설의 입점 인허가를 제한한다. 해당 구역에는 교육청의 심의·승인을 받아 입점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 보람동 한 상가 건물에 모텔 인허가 신청이 접수된 적이 한차례 있었다. 그러나 보람동 주민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세종시 건축위원회에서 부결됐다.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 있는 상가에 ‘대실 영업’이 가능한 모텔이 입주할 경우 세종시 풍속을 해칠 수 있다는 위원들의 의견이었다. /정진택 땅집고 인턴기자 jj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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