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통상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가격이 내려가는데,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정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7월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 대부분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0~5.25%에서 5.25~5.5%로 0.25%포인트 올렸다. 무려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30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7.23%로 2년 전 3%대에 비해 2배 넘게 치솟았다. 금리가 올라도 집값은 고공행진중이다. 미국 대표 부동산 지표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10대 도시 기준)는 올해 5월 기준 321.69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3.48% 올랐다. 올해 1월부터 줄곧 상승하고 있다. 이 지수는 항상 두 달 후에 발표된다.
24일 한국은행은 지난 2·4·5·7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서다.
금리는 오르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전월 대비 2.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2.10%)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올 1월부터 상승 전환한 실거래가지수의 상반기 누적 상승률은 9.99%로 10%에 육박한다. 지난해 하락분(-22.24%)의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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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와 아파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유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효해 보이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폭락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한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집값이 10~20% 떨어지면서 금리인상 폭락론이 적중하는 듯했다. 금리발 폭락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금리인상에도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 등에서는 주택 공급부족이 금리인상에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본다. 과거 집값 폭등기에는 주택공급이 폭증한 것이 집값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가령, 미국은 집값 폭등기에는 연간 200만 가구 이상 주택이 공급됐는데, 2020년, 2021년 집값 폭등기에는 각각138만, 160만가구에 그쳤다. 코로나로 인해 건자재 조달, 인력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도 주택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지 못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택 착공, 분양 인허가 건수가 완전히 반토막났다. 현장에선 고금리로 인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동결돼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하는 곳이 늘었다. 건설 자재비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사가 손을 떼는 현장도 증가하는 추세다.
■ 착공ㆍ분양 관련 지표 모두 급락…’주택 공급’ 빨간 불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인허가 누적 건수는 18만9213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줄었다. 착공 인허가 누적 건수는 9만2490가구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0.9% 감소했다. 분양(승인)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43% 떨어진 6만6447가구다. 전반적으로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다.
이 중 가장 감소세가 가파른 것은 착공 건수다. 착공 건수는 약 3년 후 입주 물량을 계산할 수 있는 지표다. 즉, 2~3년 후 들어가 새 집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인 9만3000가구는 전년 동기(18만9000가구) 대비 50.7% 줄어든 것인데, 2년 전(26만9000호)에 비해서는 무려 65%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지표는 중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 자재비↑ 사업성↓ …건설업계 “하반기도 NO”
이러한 잿빛 전망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 입장에선 당장 착공을 하는 것보다, 사업을 미루는 게 낫다고 판단할 요인이 많다. 건설 자재비 인상이 대표적. 시멘트 업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쌍용C&E는 지난달 출하분부터 가격을 약 13% 인상한다고 밝혔다. 성신양회, 한일현대시멘트 등도 덩달아 가격 상승에 동참했다.
고금리도 건설사들의 착공을 주저하게 만든다. 건설사들은 지난 부동상 상승기엔 저금리와 분양시장 호황에 힘입어 주택 공급을 주도했으나, 현재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서울 정비사업장에선 시공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3.3㎡(1평)당 공사비를 약 100만원 더 올리고도 시공사를 찾지 못한 정비사업 조합이 부지기수다. 이는 서울 주택 공급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 전문가 “공공역할 필요한데…LH 공급 가능하나”
공공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공공 분양을 주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이대로 집값 상승을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민간과 공공분양 주택 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이 한정적인데, 수요가 늘면 결국 시장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PF 보증 기관이 나서 부실화된 PF 현장을 싹 정리하고, 양질의 PF 현장에 자금을 투입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계획들이 온전히 현실화되려면 계획보다 더 많은 인허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3기 신도시 물량 공급을 앞당기거나,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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