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해 다시 저금리로 갈 거란 생각에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관련된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금리가 안정될 것이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예측,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 대출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등이 나오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회피한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추세)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 예상해 집을 사셨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을 빌려서 샀을 경우 금융비용이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감안해서 부동산 투자를 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선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가 미국 제외한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만큼 현재 이자율 수준이 긴축범위의 상단에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그 배경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대응 등을 꼽았다. 이어 "연말까지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없냐고 물어보는데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관해서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2.3→2.2%)한 배경에 대해선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면에서 내년 성장률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의 외환시장, 주식가격 등에 변동이 있어서 초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지 7월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에서 크게 낮아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1.4%)는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지만 전 세계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서 소위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국내총생산(GDP) 갭이 커서 금리나 재정으로 이것을 보완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나 재정으로 (성장률) 0.1%p 올리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은 이제 4개월 남았기 때문에 충격이 있더라도 그 영향은 3분의 1수준이고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10월쯤 중국뿐 아니라 유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등을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0%로 묶었다. 올 2·4·5·7월에 이은 다섯 번째 동결이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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