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발 좀 사주세요" 공공기관이 보유 부동산 앞다퉈 헐값에 내놓은 까닭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8.23 14:01

 


[땅집고] 최근 공공기관마다 보유한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처분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에 따라 비핵심 유휴 부동산 매각 실적이 기업 경영평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평가가 매년 6월쯤 발표되긴 하지만, 올해에는 부동산 경기가 유독 침체한 터라 부동산이 새 주인을 찾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 상시 매각의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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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유휴 부동산 팔아라” 지시에…앞다퉈 땅·건물 내놓는 공공기관들

[땅집고]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부동산 매각 계획. /조선DB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는 2027년까지 공공기관 124곳이 11조6000억원 규모 비핵심 부동산 330건을 매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불필요한 건물이나 시설을 보유하면서 몸집만 불리는 방만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부동산 총 100건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했으며, 올해에도 120건에 대한 매각을 시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른 매각 실적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혁신 계획 실행 노력과 성과 가점’(5점) 지표에 반영한다.

공공기관은 주로 캠코 온비드 홈페이지에 공매 공고를 올려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달 들어 온비드에 등록된 공공기관 부동산 매물이 적지 않다.

부동산 처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으로는 경영평가에서 올해로 3년째 연속으로 D등급(미흡)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꼽힌다. LH는 이달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오리사옥을 5801억2881만원에 공매로 등록했다. 1997년 준공한 오리사옥은 현재 LH경기지역본부로 사용 중인 건물이다. 대지 3만7997㎡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 본관과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 별관으로 구성한다.

이 밖에도 LH는 경기광명시흥사업본부 사옥이 있는 경기 광명시 일직동 일반상업용지 3개 필지를 254억~498억원에, 하남사업본부 사옥이 들어선 경기 하남시 풍산동 업무시설용지 2개 필지를 각각 매각하기로 했다.

[땅집고] 이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매로 내놓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사옥. /LH


한국마사회도 이달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지하 2층~지상 5층 건물을 1722억2492만원에 공매로 내놨다.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초역세권 건물이라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마사회가 장외발매소 사업 목적으로 2011년 매입했는데 사업이 무산되면서 현재 삼성전자판매(주)에 임대를 주고 있는 비핵심 부동산이라 처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한국환경공단이 14일 경남 김해시 화목동 소재 대지 3682.6㎡에 들어선 구 김해청사를 61억6065만원에, 같은 날 한국전력공사가 용도 폐기된 충남 당진시 소재 사택을 32억5121만원에 공매 등록하기도 했다.  

■“지금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억지로 팔아야 하나” 실효성 의문…졸속 매각 위험도

하지만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부동산 처분 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각 기관이 앞다퉈 공매로 매물을 등록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금리까지 높은 상황에선 공매에 입찰하려는 기업이나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영평가 압박 때문에 공공기관이 매각 절차를 밟다가, 공매가 유찰되면 매물을 거두는 행위를 반복하는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집고] 대한적십자사가 공매로 내놓은 경기 광주시 남종면 소재 검천연수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까지 총 10번 유찰됐다. /온비드


유휴 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어도 입지가 지방 등 비(非) 인기지역이거나,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인기가 떨어지는 매물을 보유한 공공기관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경우 지난해 6월 경남 창원시 월포동 사택을 273억원에 공매로 내놨지만, 입찰자가 단 한 명도 없어 결국 유찰됐다. 대한적십자사는 경기 광주시 남종면에 있는 검천연수원을 지난해 411억원에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7차례나 유찰돼 난항을 겪었다. 올해 들어 다시 같은 가격으로 처분에 재도전했는데 2·4·6월 총 세 번 추가로 유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등급을 높이려고 매각을 서두르다가 공유재산을 사기업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헐값으로 매각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안 팔리는 부동산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각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각 공공기관에도 억지로 땅·건물을 파는 처사는 자제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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