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무량판 구조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떠들더니, 정작 의무 안전점검 대상이 아닌 곳도 있네요? 국토교통부가 안전점검 대상 아파트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나 봐요. 불안해서 살겠습니까.”
국토교통부가 ‘무량판구조 적용 전국 민간아파트 안전검검 및 판정기준’을 확정한 가운데 정작 무량판구조로 지어진 아파트 중 일부가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셀프 일감 축소’를 위해 대상을 줄였다는 의혹마저 불거진다.
■ 주거동은 기둥이 벽체 받치는 기준 25% 넘으면 점검!
국토부는 지난 18일 ‘무량판 긴급점검 기술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전국 민간아파트 안전점검 및 판정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중 ‘무량복합 구조 주거동’은 기둥이 지지하는 하중이 벽체가 지지하는 하중에 비해 일정 비율 이상일 경우에만 안전점검 대상이다.
즉, 무량판으로 지어진 주거동의 경우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 부담이 25% 이상일 때만 안전점검을 받는다. 국토부는 “생활 하중이 크지 않아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다. 무량복합 구조 주거동이 적은 점도 대상을 줄인 이유로 풀이된다. LH는 2017년 이후로는 지하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적용, 주거동에 활용한 단지가 세종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밝혔다.
■ 국토부, 전수조사한다더니 ‘셀프 축소’?
그러나 발표 이후 일각에선 ‘대상 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가 일명 ‘무량판 포비아’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책임지고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대상을 줄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발생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철근 누락 배경으로 ‘무량판 구조’가 지목되면서 해당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를 위험한 곳으로 치부하는 ‘무량판 포비아’가 번졌다.
무량판 포비아는 분양 업계에서도 통용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해링턴 플레이스 다산파크’ 분양 업체는 홍보 문자에 “(분양 대상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 벽식 구조”라고 소개했다. 무량판이 아니므로 안전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LH 전수조사도 무량판 아파트를 ‘부실 아파트’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LH는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같은 무량판 구조로 된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조사, 총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후 조사 대상에서 10개 단지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수조사 대상이 된 단지의 주민들 사이에선 “당분간 단지 산책로를 가지 말아야 한다” “조경부분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등의 소문이 돌았다.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사고가 난 곳은 주차장 위 화단으로 조성되는 부분이었다.
■ 무량판 설명 대신, 대책 내놓고 책임 회피
업계에선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데는 국토부의 역할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가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에 대한 정확한 설명보다 줄곧 ‘조사’에 신경 써왔기 때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이달 초 직접 “무량판 구조를 싸잡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논란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국토부가 7월 초 발표한 인천 검단신도시 사고 조사 결과는 주요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대책이 주를 이루는데, 이중 무량판 구조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빠져 있다. 국토부는 재발방지대책에서 “특수구조 건축물에 무량판 구조를 추가하는 등 심의절차를 강화” “무량판 구조의 검측절차 강화 및 검측자료 디지털화를 통한 체계적 공사관리” 등을 언급했다. 조사 결과 해당 사고는 설계ㆍ시공ㆍ감리 등 공사현장 전 과정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8월 초엔 ‘LH 무량판 15개 단지 부실ㆍ설계 시공은 현 정부 출범 전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국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 당시 국토부가 일찍이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더라면, 지금 같은 ‘무량판 포비아’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부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말했다.
■ “공학적으로 안전성 확보된 곳만 제외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안전성을 최대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무량판 긴급점검 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홍건호 호서대 교수는 “주거동은 대부분 벽식으로 지어져 무량판 구조로 된 곳이 거의 없다”며 “대신 기둥 간 거리가 멀어 하중이 큰 곳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주거동은 주차장처럼 큰 하중이 적용하는 곳이 아니라서 전단이 끊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또한 홍 교수는 “공학적으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곳만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국민들이 볼 때는 다소 대상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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