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철근 있는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신축아파트 입주 환영 현수막 근황’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눈길을 끈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한 새 아파트 입구와 주차장에 “여기 어때? 철근 이때(있대)!”, “철근 있는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란 문구가 크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작은 글씨로는 “철근있어요”, “뼈 있는 아파트” 등 수식어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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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취재 결과 이 같은 현수막이 내걸린 아파트는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 오는 9월부터 입주하는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 전국 임대주택 총 20개 단지에서 철근을 누락해 붕괴 사고를 불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신혼희망타운이다. 신혼희망타운이란 정부가 LH를 통해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으로,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부부나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이 입주 대상이다. 일부 가구는 분양하고, 나머지는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구조다.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은 지하 2층~지상 20층, 9개동, 총 496가구 규모다. 지하철 1호선 서정리역까지 걸어서 5분 내외 걸리는 역세권이라, 고덕신도시에선 입지가 좋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가구가 거실과 침실 2개, 알파룸 등으로 구성하는 전용 55㎡ 주택형이다. 2021년 공급 당시 분양가가 3억3000만원 정도였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전세 매물이 보증금 1억8000만~2억6000만원, 월세 매물이 보증금 2000만원에 임대료 100만원 선에 등록돼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은 철근 누락 잘못을 저질러 국민 공분을 산 LH가 공급한 아파트지만, 이 단지에선 철근이 빠진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관리사무소 및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예비 입주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철근 있는 아파트’ 등 문구를 포함한 자랑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지 입주 환영 현수막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젠 (아파트에 철근이 빠지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이 홍보 콘텐츠가 되다니 황당하다”, “철근이 있는 게 프리미엄이 됐다”는 등 격세지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안전과 관련한 남의 불행을 가지고 본인들 아파트를 홍보하다니 ‘소시오패스’나 다름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비난 시각도 나오는 분위기다.

한편 지난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도중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벌어진 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이 붕괴 원인으로 파악됐다. 당초 아파트 시공을 맡은 GS건설이 붕괴 책임을 모두 떠안은 모양새였지만, 국토교통부가 LH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를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나서면서 비난 화살이 LH에 집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붕괴된 아파트와 같이 지하주차장을 무량판구조로 지은 LH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91곳 중 20곳에서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LH 임대아파트에서 나온 계약 해지 사례가 총 4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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