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기상도] 삼성물산 ④ 국내외로 송사…사법리스크 '걸림돌'
[땅집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지 올해로 8년째가 됐지만, 이를 둘러싼 법정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이 4년째 1심 재판 중이고, 옛 삼성물산 주주와의 민사소송도 법원에 계류하고 있다. 법적 다툼은 해외에서도 한창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일부 승소로 끝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외에도 다수의 관련 사건 심리가 진행 중에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을 둘러싼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 활동 제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경영 족쇄’가 풀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재판이 지속되면서 매주 1~2차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신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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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머물러있는 이재용 재판
2020년 9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은 4년째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5년 합병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정보를 거짓 유포하거나 은폐하고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 로비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 이 회장의 승인이 있었다는 점이 공소 사실이다. 이 회장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 실적이 개선됐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올해 안에 1심 재판과 관련해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2심과 3심 절차가 남아있다. 재판을 마무리하는 데는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우리도 손해 봤다” 옛 삼성물산 주주들도 민사소송
삼성물산 국내주주와의 민사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주주들은 엘리엇처럼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국가와 삼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20년 삼성물산 주주 72명은 국가를 상대로 약 9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문형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법 행위로 합병이 성사됐으니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문 전 장관의 행위와 주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이 났다. 이에 일부 원고가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다른 주주 32명은 2020년 삼성물산에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 상황이다.
주주 19명이 2021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회장 등을 대상으로 2억원을 요구한 소송도 심리 중에 있다. 두 사건 모두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 ‘엘리엇 쌍둥이 사건’ 메이슨 ISDS 등 해외 다툼도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억 달러(약 2584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다.
메이슨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원인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으로, 이번에 판정이 나온 엘리엇 사례와 같다.
이번 엘리엇 중재를 맡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런 주장의 일부를 인용해 청구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의 7%인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를 우리 정부가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메이슨 ISDS도 비슷한 수준의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속되는 부당합병 재판…사법리스크 ‘걸림돌’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그룹 경영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법리스크로 인한 이재용 회장의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나 등기 임원 복귀도 사법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등기이사에 복귀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미등기 임원 상태에서 회장직을 이어가기로 했다. 등기이사에 복귀하더라도 만약 유죄 판결이 또다시 나올 경우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등기 임원에 오를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될 경우 등기 임원 복귀 시점은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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