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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이 공개비난한 '사업비 5조' 은마 재건축 조합장 최정희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8.19 21:44 수정 2023.08.20 23:17
[땅집고] 19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한 은마아파트 조합창립총회에서 조합장에 선출된 최정희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장(가운데)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은마 조합창립총회 유튜브 생중계 캡처


[땅집고] 서울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일 주민총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재건축 조합을 설립했다. 총사업비만 5조원 이상의 은마 재건축 사업을 이끌 신임 조합장 자리에는 최정희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장이 올랐다. 2003년 추진위 만들어진 이후 무려 20년 만의 진전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한 조합창립총회에는 은마 주민 2681명이 참석했다. 은마 가구 수는 4424가구로, 과반수가 모여 총회는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최 조합장은 은마 주민 3540명이 참여한 조합장 선출 투표에서 2702표를 얻어 조합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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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최정희 은마 재건축 조합장이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정보몽땅)에 있는 재건축 14단계 도표에 따라 만든 은마 재건축 단계. /은마 재건축 추진위


■ “20년 묵힌 재건축 열망 결집돼…속도 내주는 사람 뽑은 것”

은마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최정희 조합장은 원래 교편을 잡았으나, 퇴사 후 은마 재건축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최 조합장의 남편이 어릴 때 은마에서 살았고, 시아버지가 은마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어 은마와 연이 닿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건축 수도관 녹물 문제를 놓고 전 추진위와 논쟁을 벌이다 소송전까지 벌이며 재건축 사업에까지 관여하게 됐다.

조합에서는 최 조합장이 은마 주민들의 표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조합 관계자는 “최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을 하면서 재건축 속도가 나기 시작하니 주민들이 많이 응원해주기 시작했다”며 “재건축 사업이 멈춘게 20년이다보니 이제는 속도 내주는 사람이 최고라는 보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했다.

재건축에 대한 주민 열망이 결집됐다는 것. 이 관계자는 “40대에 처음 들어와서 지금 80대가 되신 분들도 정말 많다”며 “떼먹던지 말던지 새집에 살고 싶으니까 재건축이나 빨리 진행해달라는 분들도 계신다”고 덧붙였다.

최 조합장은 땅집고에 “재건축 완성까지 13개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20년 동안 3번에 머물러 있었고 이제 겨우 6번에 올라왔다”며 “은마 재건축 사업 빨리 마무리짓고 은퇴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속도가 너무 안 나니까 은마는 재건축 업계에서도 천덕꾸러기로 불린다”며 팔고 나간 사람도 많고, 재건축을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주민들이 ‘이제 진짜, 드디어 재건축이 가는구나’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최 조합장은 “이제 겨우 재건축 전체 과정의 절반 정도에 온 것”이라며 “조합 설립 이후 다른 절차를 밟고 공사기간 4년, 이주완료ㆍ철거 1~2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아야 7~8년 안에 재건축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에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 통과를 반대하며 낸 현수막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내용을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관할 구청에 제재 받은 은마 추진위는 곧바로 현수막을 제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 최정희는 누구? ‘GTX-C 관통안’ 정의선 집앞 시위에 원희룡 저격까지

최 조합장은 일반 조합장들과 다르게 매스컴에 숱하게 거론된 인물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은마 관통안을 두고 반대 시위를 주도해 이슈의 중심에 섰다. GTX-C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역과 수원시 수원역 사이 74.2㎞를 연결하는 급행철도로, 내년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런데 이 중 삼성역에서 양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은마 지하 약 60m 깊이를 관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은마 주민들이 반발했다. 주민들은 GTX가 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의 위험이 있다면서 우회 노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추진위는 아파트에 현수막을 내걸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 시위를 진행했다. 추진위는 자극적인 문구과 과격한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11월5일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며 그해 10월 사상자 다수를 낸 이태원 참사를 빗댄 현수막을 내걸면서다. 추진위는 여론이 악화하자 관할 강남구청의 제재를 받고 즉시 철거했다.

이후 추진위는 GTX-C노선의 시공사 현대건설을 겨냥, 서울 한남동에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에서 한 달가량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든 채 주택가를 행진했다. 시위 과정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과도한 소음을 유발해 ‘민폐 시위’ 논란이 일었다. 시위는 법원이 12월9일 정의선 회장 자택 100m 이내 시위, 그를 비방하는 표현이 담긴 현수막, 자동차 시위 등을 금지하도록 하면서 중단됐다.

아울러 최 조합장은 GTX-C 관통안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개 저격을 받았다. 원 장관은 올 1월 페이스북을 통해 최 조합장의 은마 지분이 ‘만분의 일’이라며 비난했다. 이후 최 조합장은 올 4월 은마 아파트 한 채를 매입, 지분 51%를 확보해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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