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다 지은 아파트 공사도 '백기'…중소건설사 '돈맥경화'에 금융권도 불똥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8.20 07:45

[땅집고] 충남 천안시 봉명동 부창구역을 재개발한 ‘봉명역 이안 센트럴’ 아파트. 최고 25층, 총 9개 동에 816가구 규모로, 지난 6월 입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공사 대우산업개발이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으로 인한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예비 입주민들에게 입주 시기를 11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땅집고]지난 6월 충남 천안시 '봉명역 이안 센트럴' 공사 현장. /대우산업개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몇 년에 걸친 자금난과 경영진의 비위 사건으로 이달 2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신청을 했다. 대우산업개발이 현재 시공 중이거나 예정인 건설 현장은 전국 9곳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산업개발의 공사미수금은 434억원으로 연초 358억원에서 3개월 새 8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시공사가 최종 도산에 이를 경우 나머지 사업장에서도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자금난을 겪으며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 사업장이 늘고 있다. 이미 한계에 이른 건설사가 도산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인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 “버티는 것도 한계”…전국서 퍼지는 잇단 ‘공사 중단’

지난 7월 강원 삼척시에서는 9월 입주하기로 예정된 임대 단지 ‘삼척마달더스테이’가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공사를 멈췄다. 이 아파트는 공사 중단 전까지 공정률이 무려 75%에 달했다. 건설사인 신성건설산업은 지난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사업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가 부담하기로 했던 계약금 및 중도금 이자는 7월분부터 입주 예정자가 납부해야 해 주민들의 혼란이 커졌다.

최근 일군토건이 시공을 맡은 주거시설 건설 공사도 줄줄이 중단됐다. 대표적인 단지는 인천 ‘숭의역 엘크루’와 충남 논산 ‘일군 스위트클래스 강경’, 강원도 양양 ‘웨이블런트 양양’ 등이다. 일군토건은 수개월간 현장 협력업체와 인부들에게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충남 내포신도시 38만2455㎡ 부지에 들어서는 퍼블릭 골프장(9홀)도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당초 이 골프장은 올해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지만, 사업시행자인 사계절 컨트리클럽이 지난해 8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실패해 공사가 한 차례 멈췄다. 지난 2월 시행자를 신탁사로 변경하며 PF자금을 마련하려했지만 새 시공사도 자금난을 겪으면서 두 차례나 공사 중단 위기를 맞았다. 업계에선 사업이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금융권에서도 브릿지론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보니 기존에 진행한 토지매입을 취소하는 시행사도 많고,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하거나 10~20%대 고금리로 겨우 연장해 버티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공사비와 대출 이자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에 이른 건설업체는 하반기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건설사 자금난,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옮겨붙어…증권사·저축은행 ‘경고등’

이러한 사업장의 위기는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부동산PF 대출에 적극적이었던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타격이 커지고 있다. 내포신도시 골프장의 경우 부동산 PF규모가 총 310억원이다. 이 중 90% 수준인 279억원이 오는 9월에 만기가 예정됐다. PF참여 금융사 대부분이 저축은행 또는 상호금융권으로 구성됐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시공사들도 제2금융권에서 일으킨 단기 차입금이 비중이 높다.

최근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한 부실 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10대 증권사들이 2분기에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이 1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000억원, 삼성증권이 670억원 등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로 2021년 말 3.71%보다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대손충당금을 쌓기도 버거운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부터 적자가 시작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산업의 순손실이 528억원을 기록해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부동산 개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실 여신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1분기 대손충당금적립비율(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 금액으로 나눈 비율)도 100% 미만인 95.9%로 하락했다. 이 비율이 100%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9년 말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올해 1월 120조7854억원에서 2월 118조9529억원으로 줄어든 후 6월 114조8870억원까지 축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저축은행 중 일부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이 200%를 상회하는 등 매우 높은 양적부담을 보유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할 경우 저축은행 등 금융사에서 손실에 대한 대응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했다./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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