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중국 ‘빅3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 碧桂園)이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발 위기론이 전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전 세계 경세 성장의 엔진역할을 한 중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한국의 경제는 물론 부동산 시장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2021년말 사실상 부도를 낸 헝다그룹에 이어 완다, 컨트리가든 등 중국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1~3위가 모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면서 금융위기 전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전년대비 .3%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지난해 22.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중국의 위기는 한국 경제와 부동산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빅3 부동산 업체 동반 몰락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은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30일의 유예 기간 동안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적으로 디폴트가 선언된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가 1조4천억 위안(약 255조원)이나 되는 컨트리가든은 3만3천207개의 협력업체와 7만명의 직원이 있으며 2017~2022년 중국 매출 1위를 기록한 회사다. 올해도 매출(1~5월 1399억 위안) 기준 5위, 판매 면적(1738만㎡) 기준 1위로, 지난해 주택 70만채를 공급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를 내렸다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대출 등 규제를 강화했다.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2021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미분양이 속출, 헝다(恒達) 그룹이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진 데 이어 2023년 7월에는 부동산개발업체 다롄(大連) 완다(萬達)그룹도 채권 가격이 폭락하며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빅3의 몰락은 미분양 증가 탓이다. 중국의 부동산 업체들은 90%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으로 판매한다. 주택 선분양자는 30% 정도의 계약금을 일시불로 내고 나머지는 주택담보대출로 상환한다. 원칙적으로는 분양대금은 해당 아파트 건설 비용으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개발기업들은 신규 택지 매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민간 부동산 업체에 이어 국유기업인 위안양(遠洋·시노오션)그룹까지 채무 변제에 실패,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양그룹은 13일 만기였던 이자 2094만 달러(약 280억 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중국 최대 자산 운용업체인 ‘중즈(中植)’계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 중룽(中融) 국제신탁이 최근 약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만기 상품의 상환을 연기했다. 중룽신탁은 총 신탁 규모가 작년 말 기준으로 6293억위안(115조원)이나 된다.
◆중국 부동산 불패론의 종언
1~3위 민간 부동산 업체들의 동반 위기는 중국판 부동산 불패론의 종언을 의미한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반한 ‘콘크리트 의존형’ 경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유재산인 토지의 사용권을 매각해서 재원으로 활용한다. 토지사용권 매각 자금이 2020년 기준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약 46%를 차지한다.
부동산 시장 냉각이 지속되면 토지매각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결국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중산층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60~70%이다. 부동산 가격 장기하락은 지방 정부의 파탄은 물론 중산층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국가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는 진정한 ‘토건국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다. 낮은 도시화율, 높은 경제성장률, 부동산이외에는 재테크 수단의 부재 등으로 중국의 중산층들은 ‘부동산은 투자를 하면 무조건 돈이 된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중국 빈아파트가 5000만채로, 공실률이 12%가 넘는데도 아파트가 공급된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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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뇌관, 한국 부동산에도 연쇄 파급
중국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기대감에 2023년 2, 3월 반짝 상승했으나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부동산 업체의 자금난은 더 확산되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미분양 상업용 부동산 면적(6억4천159만㎡)은 작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고, 이 가운데 미분양 신규 주택 면적은 18% 늘었다. 또 상반기 신규 착공 주택 면적은 3억6천340만㎡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급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상황이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진 후의 일본 상황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있다”며 “기업·가계가 모두 빚 갚기에만 몰두하느라 경제 성장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일본식 ‘대차대조표 불황’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담당해 온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에 우려스러운 위험요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미 10년전부터 일본의 버블붕괴를 연구하는 등 부동산발 경기침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붕괴론은 헝다사태가 터졌을 때도 제기됐다. 중국은 공산당이 기업과 은행을 통제하고 있어 일본이나 미국처럼 집값 폭락이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5, 16일 이틀에 걸쳐 총 9020억 위안(약 165조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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