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전에서 학군이 가장 우수한 아파트는 대부분 노후해 자녀교육 기간 약 6년~12년만 잠깐 머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시기가 지나면 쾌적하고 조용하면서도 알짜 인프라가 몰린 유성구 아파트를 종착지로 찾으세요.” (대전 유성구 도룡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7일 오전 대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 과학공원 앞. 월요일 오전이었지만 휴가철을 맞아 엑스포 과학공원과 엑스포타워를 방문하는 짐가방을 든 외국인과 관광객들이 보였다. 이 일대는 대전 유성구 중심지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다. 둔산지구 북측 지역으로 남쪽에는 갑천이 흐르고, 북측은 산으로 둘러싸여 조용한 편이다. 주택단지보다는 카이스트, 대덕연구단지 등 교육기관이 모여있다. 주택과 관공서, 각종 상업 인프라는 남쪽 둔산지구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다. 그런데 최근 이 일대에 신세계백화점, 롯데시티호텔 등 상업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일명 ‘대전의 강남’인 둔산동보다 아파트값이 더 치솟아 주목받고 있다. 대전 부동산 업계에선 ‘대장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온다.
■ 신세계백화점·롯데호텔 들어오더니…‘대전의 강남’ 둔산동 제친 유성구 아파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룡동 ‘스마트시티2단지’ 13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13일 23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주택은 지난 2월 14억 1700만원까지 하락했는데, 5개월 만에 8억8300만원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였던 2021년에도 19억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가였다. 이 단지 205㎡도 지난 6월 27억원에 거래돼 2021년 19억5000만원보다 약 8억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집값은 월별 기준 지난 1년간 내내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지난 5월 0.02%로 갑자기 반등했다.
당초 대전 아파트값은 유성구가 아닌 서구 둔산지구가 주도했다. 둔산지구는 1990년대 형성된 신도시다. 1997년 정부대전청사 완공 이후 50여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이전하면서 6400여명이 근무하는 행정도시로 자리 잡았다. 대전시청·대전지법·대전지검·둔산경찰청 등 행정 기관이 들어오고 금융기관, 병원, 업무시설, 학교, 상권,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명실상부 대전의 ‘강남’으로 불렸다.
둔산동의 대표 단지 ‘크로바’ 아파트 134㎡는 지난해 18억원에 팔려 대전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약 2억원 하락한 1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크로바와 함께 집값이 강세였던 목련 아파트도 134㎡가 지난해 6월 15억 5000만원에서 지난달 1억여원 하락한 14억 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유성구 도룡동은 둔산동 북측에 있는 지역으로 갑천에 있는 둔산대교 등을 건너면 나온다. 기존에는 산과 천, 수변공원, 엑스포공원, 카이스트, 대덕연구단지 등 주로 공공·교육시설만 있고 상권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다. 신축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도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다.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바뀐 건 2년 전부터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 롯데시티호텔 대전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이 줄줄이 오픈했다. DCC대전 컨벤션센터 내에 스타벅스조이마루점, 대전 명물 성심당DCC점도 들어오면서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다. 김현아 스마트신세계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스마트시티 주상복합단지를 찾는 분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을 마치고 넓은 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자가 많고, 한 번 이사해 들어오면 서울로 가지 않는 이상 더 갈 곳이 없다고 여긴다”며 “둔산지구에 각종 학원가, 쇼핑시설, 관공서가 몰려있지만 최근 도룡동에도 인프라가 들어서 수요가 확대됐다”고 했다.
■ 기상청·방사청 이전에 국가산업단지 호재까지…외지인 수요 늘어나
대전 중심지에 잇따른 호재도 유성구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방위사업청과 기상청이 대전 청사로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두 기관 근무인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 방사청은 2027년까지 대전청사 서쪽 8만여㎡ 땅에 지하2층~지상7층 2개 동 규모 복합컨벤션센터를 지어 이전할 예정이다. 기상청도 지난해부터 대전청사로 이전 중이다. 일부 정책 부서는 먼저 옮겨왔고, 나머지 현업부서는 2026년 6월 대전청사에 국가기상센터가 완공하면 이전한다.
국가산업단지도 새로 들어선다. 정부는 지난 3월 대전에 2030년까지 530만㎡ 부지에 총 3조 4585억원을 투입해 나노·반도체·항공우주·바이오헬스·의료 산업을 유치한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산단을 통해 대전을 방산혁신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입주 의향을 신청한 기업만 48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둔산지구 인근 유성구에 공급한 ‘갑천2 트리풀시티 엘리프’는 일반공급 474가구 모집에 4만7055명이 청약해 평균 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구에 분양한 ‘해링턴플레이스휴리움’(15대1)과 ‘중촌SK뷰’(22 대 1)도 각각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구 도마동에 분양한 ‘한화 포레나 대전월평공원’의 경우 미계약분이 나왔지만 올들어 대거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전은 세종시가 발달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지역으로 최근 산업단지와 정부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해 지역 학군 수요뿐만 아닌 다양한 실거주, 고소득자 수요가 함께 유입하고 있다”며 “학군지가 아니더라도 신축 아파트 또는 청약 등에서 외지인 또는 투자 수요가 잇따를 전망”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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