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청년 공공임대 주택은 물량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한 가구 모집하는데 경쟁률은 세자릿수까지 치솟다 보니까 이젠 될 거란 생각도 안 들어요. 이번에도 넣긴 했는데 예비 당첨은 고사하고 서류 심사라도 한번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네요.”
서울에 사는 무주택 직장인 박모(32)씨는 지난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 홈페이지에 올라온 2023년 1차 행복주택 공고를 보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고에 올라온 일부 단지의 경우 청년 공급 물량을 찾아볼 수 없는 데다, 그나마 청년 물량이 배정된 단지의 모집 가구 수도 한자릿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애당초 많지도 않은 물량이지만 대부분의 물량이 신혼부부 공급에 집중돼 있어 청년 수요자 사이 경쟁률은 소위 ‘박 터지는’ 수준이다. 올해 1월 청년 매입 임대주택 50가구 청약에는 총 2만903명이 신청했다. 평균 408대 1의 경쟁률이다. 매입 임대주택은 LH에서 매입한 빌라와 오피스텔을 19~39세에 해당하는 청년에게 시세의 40~50% 수준으로 빌려주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고금리에 빌라 전세 사기 공포감까지 더해지면서 공공임대에 청년층 수요가 몰린 탓이다.
청년들의 임대주택 수요는 치솟고 있지만, 공급 물량은 귀하다. 최근 SH가 낸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 단지의 경우 전체 물량 74가구 중 신혼부부에게 54가구, 고령자에게 나머지 20가구를 배분했다. 청년 물량은 아예 공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상황은 같다. 전체 8가구 중 신혼부부에게 6가구, 고령자에게 2가구가 배정돼 청년 물량은 ‘0’가구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서초구 잠원동 ‘반포르엘2차’, 양천구 신월동 ‘비바힐스’ 모집 공고에도 ‘청년’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 없다. 1차 행복주택 전체 공급 1248호 중 신규 공급 물량인 528호 중 청년 공급 주택은 8호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이처럼 홀대받는 까닭은 정부의 최근 행보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27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 중 청년과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50만호를 공급하고, 이 중 68%를 청년층에게 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정부의 공급 실패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공약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공공주택 공급 중간점검 성적은 처참하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공공분양 착공 실적은 1713호. 전 정부가 집권했던 작년 상반기 6362호 대비 73%가 급감했다. 정부의 약속처럼 임기 5년 내 공공주택 50만호를 공급하려면, 연평균 10만호를 공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최근 공급 실적을 보면 목표의 반의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물량을 가지고 신혼부부, 고령자, 대학생, 기초수급자와 나눠야 하니 당연히 청년에게 배정될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포부만 크고 실천은 흐지부지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집값 띄우기를 목적으로 주택을 고가로 허위 거래 신고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시장 교란 행위가 대거 적발되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반시장적 수단으로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는 반드시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원 장관의 의지와는 달리 정작 국토부가 내세운 대책에 힘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위 거래가 주가조작에 맞먹는 범죄행위인 만큼 실시간 모니터링과 감시시스템을 증권 시장 수준으로 올리고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하는데, 국토부가 제시한 해답은 ‘대법원 등기 정보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연동’ 이다. 시세 교란 행위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가 실체는 없고 소리만 요란하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 공약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270만호 공급 목표가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손을 놓는 건 사실상 정부도 포기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면서 “자칫 문 정부보다도 주택공급이 더 저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언한 ‘주거 사다리’는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고, 뿌리 깊은 시장 교란 행위도 단순한 시스템 보완으로 척결되지 않는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면 그 절차 또한 포부만큼 강력해야 한다. 중간점검도 마무리도 없는 공약이 염려스럽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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