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마사회가 서울 서초구에 12년 동안 보유하던 알짜 건물을 1722억4920만원에 공매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권 초역세권 입지면서, 한국마사회가 매입 후 처음으로 매각 시도하는 건물이라 업계 관심이 쏠린다.
16일 캠코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 7일 한국마사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보유하던 토지를 최저입찰가 1772억4920만원에 공매로 등록했다. 일반 상업 용도지역인 대지 총 2필지 1400.4㎡(약 423평)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6119.7㎡(약 1854평) 규모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지나는 교대역 5번 출구와 맞붙은 초역세권이라 땅값이 비싼 강남권에서도 황금 입지 건물로 통한다.
이 부지는 당초 한국마사회가 장외발매소 사업을 벌이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매입한 땅이다. 하지만 2012년 건축 허가 취소로 사업이 무산되면서, 새 건물을 지은 뒤 직접 사용하는 대신 삼성전자판매㈜에 임대를 주고 있는 비핵심 부동산으로 전락했다. 임대차계약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2028년 11월까지며, 보증금 8억2431만원에 월세 1억3738만원 조건이다.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에 따라 임대 기간이 끝난 뒤 2029년 2월 초까지 약 3개월여 동안은 삼성전자판매㈜가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가 월세 1억4000여만원을 거둘 수 있는 강남권 알짜 빌딩을 굳이 매각하는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2020년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중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이력이 있는 한국마사회가 건물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여 정부로부터 받는 경영평가 등급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마다 비핵심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는 실적을 매년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경영평가 등급을 고려해 보유 부동산을 여럿 처분해왔다. ▲대전시 장외발매소 건물 305억원 ▲경주시 경마장 부지 118억원 ▲서울 마포구 부지 851억원 등이다. 한국마사회 경영평가 등급은 2020년 E등급으로 최악 성적을 기록한 이후 2021년에는 D등급, 2022년에는 B등급을 받으면서 차차 실적 개선 중이다.
한편 이번에 공매로 나온 교대역 건물의 대지면적 기준 평당가를 계산하면 4억원대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던 지난해 4월, 교대역 역세권으로 입지가 비슷한 269.7㎡ 대지에 지은 지하 3층~지상 19층 규모 업무용 빌딩이 700억원에 팔렸다. 평당 4억1300만원 꼴로 이 일대에선 최고가 수준이다. 올해 6월에도 교대역 인근 지하 2층~지상 13층(대지면적 348.9㎡) 규모 상업용 빌딩이 424억원에 팔리면서 평당 4억원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교대역 인근에 ‘평당 4억원대’ 거래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이번에 매각 시도하는 빌딩을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평당가는 비슷하더라도 앞서 거래됐던 건물 매각가가 1000억원을 밑도는 반면, 한국마사회 건물 가격은 1700억원대로 크게 비싼 소위 ‘무거운 건물’이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 빌딩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매로 나온 한국마사회 건물 입지가 탁월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현재 용적률이 25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증축이나 신축해서 얻는 가치도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1700억원대의 비싼 건물에 섣불리 입찰하려는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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