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법원 "지역주택조합이 ‘토지 확보율’ 과장 광고했다면 기망행위 인정"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8.15 10:32

[땅집고] 지역주택조합 허위 광고를 경고하는 은평구청 측의 현수막.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연합뉴스 


[땅집고] 대법원이 토지확보율을 허위로 광고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맺은 조합 가입 계약은 무효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조합원 A씨가 인천 서구 신현동지역주택조합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A씨가 제기한 상고를 받아들였다.

지역주택조합이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토지를 매입한 뒤 아파트를 짓는 제도를 말한다. 땅 주인인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하며 모든 사업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만큼, 민간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보다 최대 수억원 저렴하게 새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추진위는 조합원들의 자금을 모아 사업지 전체 면적의 80%가 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해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이후에도 나머지 토지 소유권을 직접 사들이고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합원 모집에 실패하거나 토지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업이 중간에 무산될 수도 있다. 따라서 토지확보율이 지역주택조합 가입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통한다.

추진위는 인천 서구 신현동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립 사업을 이끌고 있는 사업시행자이자 비법인사단이다. A씨는 2018년 12월 추진위와 전용 84㎡ 아파트를 분담금 3억3500만원, 업무대행비 920만원 등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새아파트를 분양받는 조합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계약 당일 신탁회사 계좌로 업무대행비 920만원과 분담금 일부인 4100만원을 송금했다.

A씨가 계약할 당시 추진위가 조성한 분양홍보관에는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추진위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사용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 비율은 85% 이상임을 확인한다'고 적힌 입간판이 있었다.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에도 사업 면적이 4만5233㎡며, 매입 대지면적은 이의 87.2%인 3만9450㎡로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추진위의 토지확보율은 65%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추진위가 사업 부지의 토지확보율에 관해 기망 행위를 했으므로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며 “분담금 등 4100만원과 지연 손해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분양홍보관 내 분양상담사가 토지확보율이 85%를 넘었고, 아파트만 지으면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추진위는 다른 현수막이나 블로그 홍보 글에도 토지확보율이 85% 이상이라고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추진위는 "'향후'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사용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 비율이 85% 이상이라고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심에선 원고인 A씨가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미 확보한 토지 비율을 확정적으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가 관련 광고판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게시물 작성에 관여했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2심 판단을 파기하면서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토지확보율 광고가 피고와 의사 합치가 없는 제 3자에 의해 작성·게시된 것이라면, 피고는 작성자 등을 상대로 이를 문제 삼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의 매입 대지면적은 계약 상대방 입장에선 ‘사업 면적’에 대응해 이미 매입한 면적으로 이해됐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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