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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TOP 5 매장도 팔아버려…홈플러스의 다음 사업은 땅장사?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8.14 11:01

[땅집고] 지난 7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정부청사 남측 샘머리 공원 맞은편 부지에 대규모 땅이 펜스에 가려진 채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부지는 최고 47층 5개동, 119∙169㎡(이하 전용면적) 총 832실 규모 고급 주거시설 ‘그랑 르피에드 둔산’으로 탈바꿈한다. 대전에서는 가장 높은 하이엔드 주택이 될 전망이다.

[땅집고]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운영되다 폐점한 홈플러스 대전둔산점. 현재 이 부지에는 고급 주거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네이버지도


이 부지에서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5만㎡ 부지에도 최고37층, 4개 동, 600실 규모 ‘힐스테이트 둔산’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전 동구 용전동에는 4개 동 규모로 아파트 480여가구와 오피스텔 15실로 구성된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 부지의 공통점은 당초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있던 자리란 점이다.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몇 년간 홈플러스 매장을 하나둘 팔아치우고 있다. 폐점한 부지는 고급 오피스텔이나 복합시설 등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대전에서만 지난 2년간 홈플러스 3개 매장이 폐점했고 서울에서도 최근 들어 문 닫는 점포가 늘고 있다. 2017년까지 전국에 142개였던 홈플러스 매장 수는 2022년 133개로 감소했다. 최근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약화하자 MBK파트너스가 자산 유동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출이 우수한 점포도 매각하는 데다, 부지를 팔아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땅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홈플러스 알짜점포 문 닫고 초고층 주상복합 들어서

MBK가 본격적인 자산 유동화에 나선 것은 2021년부터다. 홈플러스 안산점(2만7000㎡)을 시작으로 매장 부지를 하나둘 팔기 시작했다. 안산점 매각이 추진된 2021년, 홈플러스 안산점은 전국 매장 140여곳 중 5위권 안에 드는 매출 상위권 매장이었다.

당시 MBK 측은 “온라인 쇼핑몰 활성화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매장 매출이 감소해 매각을 통해 대응에 나서겠다”면서 안산점을 비롯한 자산 유동화 조치 계획을 밝혔다. MBK는 홈플러스 안산점을 부동산 개발업체 화이트 코리아에 43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대전탄방점(908억원), 대구점(1279억원), 대전둔산점(3802억원)에 이어 부산 가야점(3500억원), 동대전점(1400억원) 등을 폐점하고 해당 부지를 차례로 팔았다.

지난해에는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1만7000㎡)을 부동산 개발업체인 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에 약 4000억원에 매각했다. 시행사 해운대마린원피에프브이(PFV)는 부산 홈플러스 해운대점을 지하 8층~지상 54층 규모 1개 동, 지하 8층 지상 50층 규모 1개 동 등 총 2개 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MBK는 홈플러스 매장 매각을 통해 약 1조3800억원을 현금화했다. 또 일부는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18개 오프라인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하기도 했다.

[땅집고] 홈플럭스 최근 실적 추이. /조선DB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해 2022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올해 홈플러스 전략적 기조는 객수 회복을 통한 성장”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의 모든 행동을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투자가 필요한 곳에는 투자를 하고 경쟁력이 미흡한 부분에서는 반드시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12년 이어진 역성장 고리 끊었다”며 “매출과 이익에서 성과를 거두겠다”고 약속했다.

■ MBK, 경쟁력 강화보다 ‘땅장사 올인’…영업이익·신용도 하락

하지만 MBK가 홈플러스 사업 체질 개선보다 철수를 위한 땅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총 7조2000억원을 투입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이 중 약 4조3000억원의 채무를 졌다. 매장에 투자할 여력 없이 오로지 빚을 갚느라 마트 경쟁력 확보에 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인수 시점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서 탈출하려는 전략을 찾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점포를 매각하며 지난해 2월 말 기준 총 차입금이 1조 2968억원으로 전년보다 1381억원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갔음에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채 비중은 높다. 지난 회계연도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944%로 전년(663.9%)보다 28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602억원, 4458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94.8%, -1098% 커졌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 저하 ▲2021~2022 회계연도의 영업적자 전환 및 2022~2023년 회계연도 영업적자 폭 확대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등을 등급 조정 요소로 꼽았다.

한신평 관계자는 “자산매각을 통해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는 감소하고 있으나 2022~2023 회계연도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3배로 과중한 수준이며, 현금창출력 저하로 임차료·이자 비용 등 경상적 자금 소요 대응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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