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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정부? 상반기 착공 73% ↓…공공주택 기다리던 청년층 '허탈'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08.14 07:37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 내걸었지만
올 상반기 공급 지표, 전 정부 대비 전부 감소

[땅집고] “목돈이 없어서 공공분양 대신 공공임대를 노리고 있는데 제 차례가 과연 오기나 할까 싶네요. 이번 정부는 청년을 위한 주택을 늘리겠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포기해야겠습니다.” (서울 거주 청년 A씨)

윤석열 정부가 5년간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내놨지만,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전 정부보다도 공급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민간분양과 공공분양 공급 지표는 전 정부가 집권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모두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줄었고, 주택 착공실적은 50.9% 감소했다. 전년의 절반 수준이다. 분양 실적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3% 하락했는데, 특히 임대주택이 65.6%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관련기사: [단독]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 착공 단 1713가구…공급 '역대 최저'

건설 업계에서는 주택 공급 지표가 전부 주저앉은 원인으로 민간 주택 시장에서의 사업성 악화를 꼽는다. 부동산 시장 경기는 소폭 개선했지만, 원자재가격과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시공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2021년 당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임기 동안 수도권 130만호 등 전국에 2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정부 공공분양 포기했다는 비판도 나와

포부는 좋았지만, 목표의 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에 청년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정부가 청약 시장에서 소외됐던 청년층의 주거 상향을 지원하고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면서 청년 공공분양 주택 ‘34만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최근 행보는 공공분양 주택 공급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공공분양 주택 착공 실적은 9754호에 불과하다. 정부가 약속한 34만호를 공급하려면 연간 6만8000호 규모가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감소폭도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 주택 착공 실적은 1713호로 전년 동기(6362호) 대비 73%나 급감했다.

공공분양 주택뿐 아니라 공공임대 주택 공급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소득과 자산이 낮은 청년들의 경우 공공분양보다는 공공임대 수요로 쏠리는 데 공급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서울 역세권 청년 주택의 경우 최근 세자릿수 경쟁률까지 치솟은 상태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A씨는 “전세사기 때문에 전세 들어가긴 무섭고 당장 집을 살 형편도 안 돼 공공임대 신청을 하고 있는데 당첨은커녕 서류대상자에 선정된 적조차 없다”면서 “1순위가 아니면 당첨 확률이 0%에 가까운 것 같아 다 포기하고 월세를 구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집값 반등, 공급부족에 패닉 바잉

8일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만7059건 가운데 2030세대 매수가 6361건으로 36.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내에서도 집값이 높지 않고 젊은 층 일자리가 많은 강서구와 구로구 비중이 높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공급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으로 대규모 공급을 약속해 놓고 정부마저도 공공주택 공급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급 활성화를 위해 민간이 분양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공공부문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진형 공공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지금 추세로 보면 정부가 내건 270만호 공급 공약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기엔 정부가 공공 부문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서 교수는 “당장 분양이 되지 않는다고 공급을 줄일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을 대비해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도 기능 마비

공공분양 주택 공급의 핵심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에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도 물량 급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최근 부실시공 논란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분양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LH가 나서서 분양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공급 기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물량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정부가 내건 공급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은 물론 2~3년 뒤 공급 가뭄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LH가 겪는 자금난도 공급이 급감한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LH는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사장과 임원진들이 사의를 표하는 등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 첫 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들어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누적 인허가 물량은 18만9213가구에 불과하다. 연평균 54만 가구, 반기 당 27만 가구씩 공급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지만, 목표 달성률이 70%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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