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값 띄우는 작전세력…무능해서 못 잡는 걸까, 없어서 못 잡는 걸까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8.12 08:13 수정 2023.08.12 08:18

[땅집고] 최근 시세 조사업체 부동산R114는 올해 1월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진 수도권 아파트 8만8927건 중 39.6%(3만5225건)는 미등기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계약 4개월 후에도 등기하지 않은 아파트가 전체의 10%라고 발표했다. 미등기 기간이 4개월이 넘는 것은 집값 조작을 위한 허위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상승세가 전체 거래의 10%나 되는 허위신고로 집값을 띄우는 ‘작전 세력’이 만든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부동산 호황기인 2021년1월부터 올 2월까지 실거래 신고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받는 거래 1086건에 대한 조사다. 국토부는 거래당사자 간 특수관계나 계약서 존재, 계약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해 집값 띄우기를 위한 허위 신고 의심 거래32건 등을 포함해 총 541건 위법 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잔금지급일 후 60일 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없는 미등기 건수는 317건으로 나타났다.

[땅집고]국토교통부가 202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역대 최고가로 신고됐다가 취소된 거래 1086건 중 집값 띄우기가 의심스럽다고 꼽은 주요 사례들. /그래픽=이지원



■전 정부ㆍ현 정부, 작전세력 못 잡나 안 잡나

국민들은 정부가 집값 작전세력의 전모를 밝혀낼 것으로 잔뜩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 자료 중 자전거래ㆍ허위신고 건수는 32건으로, 올 5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3만 7727건)만 기준으로 해도 0.1%에 불과하고, 연간 주택거래량이 100만건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중은 티끌처럼 작아진다. 미등기 건수도 극히 5월 거래량의 1%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시세 조작 세력은 빌라나 나홀로아파트 부녀회 등 일부에 불과하다” “대단지급 고가 아파트에서 위험을 감수해서 집값을 띄울 개인이나 공인중개사는 많지 않다” 등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국토부가 제시한 대표적인 조작 사례는 44채를 매입신고해서 취소를 반복한 A씨다. 2021년 시세가 1억 2000만원이던 전북의 한 아파트를 신고가인 1억6000만원에 샀다고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했다.

시세가 한 달 만에 1000만원 오르는 등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자 거래 해제를 신고하고 두 달 만에 다른 사람에게 1억 4800만원에 팔아넘겼다. A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 이런 식으로 2년간 지방 아파트 44채를 사고팔기를 반복했다.

명백한 범법행위지만, 이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수도권 집값 조작과는 거리가 멀다. 국토부가 제시한 사례는 저가 빌라의 시세 조작을 위한 법인과 법인 직원 간의 허위 계약, 가족 간 거래 등이었다. 시장 전체 가격을 움직일만한 대규모 작전세력의 존재는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국토부가 무능해서 작전세력을 못 잡았거나 작전세력 자체가 신기루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작전세력에 정책 실패 떠넘긴 문재인 정부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는 집값 급상승에 대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집값 띄우기 세력의 존재를 과장했었다. 현 정부도 집값이 오를 조짐이 보이자 책임 전가 희생양 찾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치솟던 2021년 7월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자전거래, 허위신고 69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2020년 2월~12월에 71만 건의 거래를 아파트 거래를 전수 조사를 벌이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당시 적발한 사례도 지방의 저가 주택을 분양하기 위해 법인과 직원 간 거래 등으로 나타났다. 집단적인 집값 띄우기 작전세력은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값 급등이 마치 작전세력, 투기 세력 탓이라고 책임 전가의 방패막이로 이용했다.

☞관련기사: 시세 부풀려 40여건 되팔기…정부, '허위 집값 띄우기' 32건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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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국토부가 10일 발표한 '집값 띄우기' 허위거래신고 조사결과 발표 자료에 들어있는 대표 사례 중 하나. 집값 띄우기와 상관 없는 위약금에 대한 소득세 신고 고의적 회피 의심에 대한 내용이 대표 사례로 나와 있다. /국토부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도 국토부가 과도하게 이슈 몰이를 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 자료도 끼워맞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면서 “재정적 개인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제까지도 집값 띄우기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비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은 “부동산 취득 후 30일 내로 신고 기간이 짧아지면서 개인 사정에 따라 거래를 취소ㆍ해지 또는 변경한 경우도 집값 띄우기처럼 매도하는 경향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상 수정을 안 받아 주는 것도 문제”라면서 “단독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더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신규 등록하라고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고가 매매계약 체결 이후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지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으나, 정상 거래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익명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 2년을 실거주해야 했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잔금 기간을 길게 잡아 계약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 사이 집값이 떨어져 잔금을 못 내게 돼 매도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국토부가 등기가 이뤄진 거래만 공개하게 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봉책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도 나온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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