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삼성물산은 지난달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2차’ 리모델링을 수주했다. 대규모 재건축도 아닌 총 사업비 2667억원의 중규모 리모델링을 삼성물산이 따내자 크게 화제가 됐다. 한 때 주택 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사업 수주에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이 돌변했다. 최근 삼성물산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사업장에도 손을 뻗치고 있어 업계에서는 설왕설래다.
삼성 그룹은 래미안 사업 철수까지도 고려했지만, 삼성전자가 적자를 내고 이재용 회장 승계 과정을 매듭지으면서, 1위 자리가 굳건한 주택 사업을 소홀히 할 필요가 없어졌다. 삼성물산은 건설회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말 발표하는 자료로 전국 7만7600여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삼성물산이 1위를 차지했다.
래미안 사업 철수설은 2015년 불거졌다.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때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발표되기 직전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삼성물산은 국내외 건설사업을 대거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 사업 실적을 축소해 주가를 낮추고,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래미안이 뒷전으로 미뤄진 이유는 주택 사업보다는 신사업인 반도체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방침도 있었다. 이 회장은 사석에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느냐"는 발언을 하면서 주택사업 포기설이 재계에 파다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근 현대차나 LG전자에 실적도 밀리면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 대규모 현장 뿐 아니라 중견 현장, 리모델링사업에도 속속 발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 부실 시공 사례가 속출하면서 삼성물산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결과론적으로 오히려 과거에 수주를 많이 안 했던 점이 약이 되고 있다. 이미지 타격을 받은 메이저 건설사와의 수주전에서도 한층 유리해졌다. 결국,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이재용 회장 승계 작업의 마무리, 삼성전자의 수익성 악화, 주택건설 업계의 위기 등으로 인해 삼성물산이 과거와 달리 적극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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