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준비 미비로 파행을 맞은 가운데 태풍 ‘카눈’까지 북상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야영을 조기 중단하고 수도권 등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 역풍이 엉뚱한 곳으로 불고 있다. 정부가 4만명에 이를 정도로 역대급 인원인 잼버리 참가자들이 묵을 새 숙소를 구하기 위해 대기업ㆍ지자체ㆍ교육기관을 쥐잡듯이 잡고 있는 것. 네티즌들은 “수천억을 들여 망치고 마무리는 기업들 삥 뜯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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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가진 숙소 다 내놔” 시전
9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잼버리 폭탄 맞은 대기업ㆍ지자체ㆍ교육기관에 대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최근 A대형건설사 블라인드에는 “늦은 밤 정부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정부 측은 최근 사측에 전화를 걸어서 오는 12일까지 잼버리 대원들을 연수원에서 재우고, 밥 먹이고, 놀이 프로그램까지 짜라고 일방 통보했다. 11일에는 K팝 공연 관람을 위해 상암에 데려다주고, 12일에는 공항으로 모셔다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작성자는 “연수원을 보유한 대기업ㆍ지자체 교육기관은 다 연락받았을 것”이라며 “전정부ㆍ현 정부 관계자들이 대회 준비 미숙함으로 보여준 작금의 사태는 행사 종료 후 철저한 감사를 통해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처벌과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남서울대학교도 똑같은 상황에 부닥쳤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페북을 통해 “교육부로부터 이용 가능한 기숙사 상황을 보고해달라고 문의가 들어오더니 8일 12시쯤 갑자기 스웨덴 대표 800여 명이 도착할 거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교육부ㆍ경찰ㆍ충남도 등 유관기관은 정확한 도착시간이나 도착 후 방 배정, 식사, 11일까지의 일정 등 아무런 지침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윤 총장은 학교에 도착한 대원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해 급한 대로 영어, 스웨덴어로 기숙사 이용 매뉴얼을 제작하고 교내 곳곳에 환영 게시물을 부착했다. 방학이라 문 닫은 식당도 재가동하는 등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체육관과 수영장도 대원들이 원할 경우 개방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은 “당국에서는 이용 비용을 지원해 주지 않겠다고 했으나, 내 재량으로 봉사 차원에서 이용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총장은 급히 찾아온 주한 스웨덴 대사를 맞아 “뜻밖의 ‘불청객’이지만, 최선을 다해 지원할 테니 머무는 동안 편안히 지내다 가길 바란다”고 안심시켰다며 뼈있는 글을 남겼다.
■잼버리 3.7만명, 8개 시도로…네티즌 ”청구서 처리나 잘 해주길”
정부는 숙소가 필요한 잼버리 참가자를 156개국 3만7000여 명으로 보고, 분주하게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모두 전국 8개 시도 128개 숙소에 배치하는데,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는 17개 숙소에서 3133명(8개국)이, 경기도엔 64개 숙소에서 1만3568명(88개국)이 체류한다. 인천은 8개 숙소에 3257명(27개국)이, 대전은 6개 숙소에 1355명(2개국)이, 세종은 3개 숙소에 716명(2개국)이, 충북은 7개 숙소에 2710명(3개국)이, 충남은 18개 숙소에 6274명(18개국)이, 전북 5개 숙소엔 5541명(10개국)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8일부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종료되는 12일까지 4박 5일간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임직원 교육·연수시설 러닝센터를 숙소로 개방한다. 몰디브와 핀란드 등지에서 온 대원 240여 명이 머문다. 포스코그룹은 인천 송도 포스코 글로벌 연구개발(R&D) 레지던스 홀을 잼버리 이탈리아 대표단 160여 명의 숙소로 제공한다.
코오롱그룹은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센터를 남아프리카공화국 잼버리 대표단 130여 명을 위해 개방했다. GS건설은 경기도 용인 연수원 건물인 엘리시안 러닝센터를 그리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잠비아, 보츠와나 단원 133명을 위한 숙소로 내놨다. 대한항공은 경기도 용인 신갈 연수원을, 대우건설은 경기도 수원 인재경영원을 각각 폐영일까지 숙소로 제공키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필요할 경우 경기도 청평에 있는 인재개발원 연수원을 숙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도 인원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충청권은 도내 청소년수련시설과 유스호스텔 등 6개 시·군의 10개 시설을 확보했다. 공주유스호스텔 800명, 계룡갑사유스호스텔 500명, 부여청소년수련원 300명 등 하루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용인시는 5323명을 수용한다. 고양시에도 500여 명이 동양생명, 삼성화재글로벌캠퍼스, NH인재원 등 3곳에 머무른다.
종교계에서는 4300명을 수용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제공한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2000여 명)과 청소년 수련시설 ‘영산수련원’(220명), 대한불교 천태종 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1600여 명), 용인 ‘새에덴교회’(500명) 등이다.
각계에서 발 빠르게 숙소를 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은 “다행이다”라면서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전ㆍ현 정부의 허술한 대처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압수수색을 무기로 사기업들을 조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관련 게시물에 네티즌들은 “나라 개망신은 준비 제대로 안 한 여가부랑 조직위가 시켰는데 수습은 국민들이 하는 꼴”, “기업들이 나중에 청구서 내밀면 나라 위해 그 정도도 못 내냐고 할 듯” 등 반응을 내놨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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