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축 아파트가 입주하면 주변 지역에서 이사 오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울산 동구는 예외입니다. 두 달 새 아파트 2800가구가 한 번에 입주하면서 새 아파트 전세금이 떨어지고 오래된 아파트 전세금도 끌어내렸습니다.”(울산 동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HD현대중공업 본사가 자리 잡고 있던 울산 동구 전세금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3달간 8.47% 하락하며 울산 지역 내에서도 하락률 1위를 달렸다. 같은 기간 울산광역시 전세금 하락률은 -4.83%였다. 울산 동구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 울산 동구 3달간 전세금 8.47% 하락

울산 동구는 어촌 지역으로 주거시설이 낙후돼 있고 이렇다 할 학군이나 상권 등이 형성돼 있지 않아 선호도가 낮은 주거지였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본사가 동구 전하동에 자리 잡으면서 이 일대 주거 수요가 크게 늘었고 조선업황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최근 울산 동구 전세가격 급락은 대규모 입주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 지난 5월 울산베스티안 115가구, 울산지웰시티1단지 1371가구, 울산지웰시티2단지 1316가구, 지난 달 KCC스위첸웰츠타워2단지 580가구 등 올해에만 총 3382가구가 입주하면서 연 기준 적정 수요량(779가구)에 비해 과다 공급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동구 서부동 울산지웰시티자이1단지 84㎡ 전세금은 지난 5월 3억원에서 지난 달 2억3000만~2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 입주장, 현대중공업 이전에 쇠락하는 울산 동구 전세 시장

울산 동구가 울산에서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이라 외부에서 전세 수요가 유입되지 않았고 새 아파트 입주로 오래된 아파트 전세금도 함께 떨어진 것도 전세금 하락 요인으로 풀이된다. 김성훈 김성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통상 외부지역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울산 동구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인식 때문에 현지에서 움직임이 있었을 뿐”이라며 “그러면서 새 아파트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 전세금 시세까지 끌어내리면서 울산 동구 전세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HD현대그룹의 통합 연구개발센터(R&D센터)가 성남시 분당구에 들어서며 울산 동구에 있던 연구개발 인력이 유출돼 전세금이 하락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전세 매물은 2659건인데 지난달 28일 기준 3712건으로 약 39% 늘어났다. 김 대표는 “미미한 영향이기는 하지만 현지에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이전하면서 집을 팔지 못해 전세를 내놓은 경우가 있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 불황기와 겹치면서 집이 팔리지 않자 전세로 전환하며 전세금이 하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하반기부터 입주 뚝 끊겨…전세 시장 경기 회복할 것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울산 동구 전세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달 입주를 마지막으로 앞으로 당분간 신규 입주 물량이 없어 공급이 뚝 끊기는 데다 조선업 호황으로 울산 동구 일대 고용 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내국인 300명 외국인 2800명 등 최대 31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조선업 경기 회복에 따라 이 일대 근로자 소득이 높아지면 신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금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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