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상권 긴급점검']
혈세 퍼붓고도 결국 폭망한 190억짜리 고깃집…동두천 육타운
[땅집고] “여기는 중·장년층을 넘어서 노년층만 많이 와요. 네가 막걸리 한 병 사면 내가 안주 하나 살게. 이래서 같이 앉아서 먹는 수준인데 한우가 되겠어요? 이 ‘소요산’이라는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시도였다고 결과적으로 볼 수 있죠.” (동두천 소요산 맛거리 상인 H씨)
경기 동두천시의 대표 관광지인 소요산 입구에는 2012년 준공한 동두천 육타운이 있다. 200억원이 투입된 한우타운은 10년이 지난 지금 거의 폐허로 방치돼 있다. 육타운 건물 전면 ‘축산물 브랜드 육타운’ 간판은 사라졌다. 건물 외부에는 식당에서 사용하던 식탁과 의자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내부를 살펴봤더니 1층 전체가 휑하게 비었다. 정육 냉장고만 남아 있어 과거 한우 전문점으로 운영한 흔적만 엿볼 수 있다.
이 건물은 대지면적 2만1200여㎡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동두천시가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축산 농가의 안정적 소비처 확보 등을 위해 실시한 브랜드 육타운 공모에 참여해 유치했다. 소요산을 오가는 등산객과 바로 옆에 있는 경기북부 어린이박물관 방문객에게 질 좋은 한우를 제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건립됐다.
당시 동두천시는 ‘육타운’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국비 40억원, 도비 30억원, 시비 120억원 등 총 190억원을 투입했다. 준공 직후에는 마니커와 장흥, 거창과 홍성 등 유명한 고기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육타운은 몰락 조짐이 나타났다. 2014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적자가 계속됐다. 2012년~2020년 사이 축산물 브랜드 육타운에서 발생한 수입 금액은 총 7억5600만원이다. 반면 인건비 등 지출 금액은 9억7900만원으로 적자만 2억2300만원이 발생했다. 경영난이 이어지자 입점 상인들이 줄줄이 나가고 2020년 마지막 상인마저 영업을 포기하면서 '육타운'은 소요산 입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건립 10년 만에 텅 빈 유령 건물이 된 것이다.
19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지은 건물이 통으로 공실 건물이 된 원인은 사전 수요조사의 실패이다. 소요산을 찾는 연령대는 주중·주말 관계 없이 중·장년층, 노년층이 90%에 달한다. 소요산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종착역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년층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종착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노년층 비율이 높다. 대체로 은퇴 자금이나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년층의 씀씀이는 크지 않다. 그런 노년층을 상대로 비싼 한우를 팔겠다는 계획 자체가 엉터리 수요조사라는 게 상인들의 지적이다.
동두천 소요산 맛거리 상인 H씨의 분석이다. “여기는 서민 음식 하는 데인데 한우는 가격이 일단 안 맞았고, 경쟁력이 없었다. 중장년층을 넘어서 노년층만 많이 온다. 네가 막걸리 한 병 사면 내가 안주 하나 살게. 이래서 같이 앉아서 먹는 수준인데 한우가 되겠냐, 이 ‘소요산’이라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도였다.” 차라리 소요산 자락이 아닌 상업시설이 많은 동두천 시내에 ‘육타운’을 지었더라면 그나마 수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육타운을 경기도문화재단 북부사무소에 임대하거나 건강센터 등으로 운영하려 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후 지금까지 문을 닫은 상태다.
동두천시는 육타운 입점 업체를 유치하고자 홍보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초기 예상과 다르게 입점 업체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주민들도 실패할 것이라고 쉽게 예측했던 걸 10년 전 동두천시는 왜 몰랐는지 의문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용도폐기’를 결정했지만, 앞으로 이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동두천시는 용도 폐지를 결정한 이후 새 민간 투자 사업 유치를 모색하는 중이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두천시 육타운을 보면서 사업성이나 수익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수백억원의 혈세를 투입한 무책임한 행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상권 긴급점검' 영상을 바탕으로 재작성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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