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안’ 주택 브랜드를 쓰는 건설사 대우산업개발이 지난 2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최근 분양 시장 경기가 침체하며 적자를 지속한 데다, 경영진이 횡령·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으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부도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회사가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 등을 검토해 회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 맞다”며 “법원의 회생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남을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산업개발은 1997년 인수합병을 통해 대우그룹에 편입됐다가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분리된 회사다. 2011년 대우그룹 소속이었던 대우자동차판매가 법원의 회생인가에 따라 건설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최근 경영진들이 비리 의혹으로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은 계열사와 공모해 1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한재준 전 대표이사도 이 회장과 함께 횡령 혐의로 최근 검찰조사를 받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화류계 출신 유튜버 여성의 이력을 조작해 임원으로 선임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업계 주목을 받았다. 최근 대우산업개발은 일부 부서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마케팅 부서가 통째로 사라지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 회장·대표, 회삿돈 펑펑 쓰더니 결국 부도…대우산업개발 미분양·영업손실↑
대우산업개발은 올해 기준 시공능력 순위가 75위인 종합건설업체다. ‘이안’, ‘엑소디움’ 등의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했다. 최근 분양 실적이 저조했던데다, 경영진의 비리 의혹까지 겹치며 일찍이 부도가 예견됐단 평가다.
지난 3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이사는 회계법인, 위장 계열사와 공모해 회삿돈 1000억원가량을 분식회계 한 혐의로 한 시민단체에 고발을 당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간 회삿돈 140억여 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 사적 용도로 쓰고, 법인카드를 멋대로 쓰거나 회사와 관계없는 동생에게 4억여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전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로 85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고급 부동산 구매에 쓰고, 배우자 아파트 내부 공사비로 9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여행비로도 1억여 원을 지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전 대표는 재직 당시 화류계 출신 한 인플루언서 여성에게 고가의 수입차 페라리를 선물하고 회사 임원으로 채용까지 하려 한 의혹도 받았다. 대표의 내연녀라고 주장한 이 여성은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한 데다, 대표이사로부터 개인카드가 아닌, 법인카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한 전 대표이사는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지난해 9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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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산업개발은 올해 건설사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와 동일한 75위를 차지했지만, 경영평가액이 작년 633억원에서 올해 281억원으로 55.6% 감소했다. 1년만에 반토막 이상 급감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산업개발의 자본금은 전년 말 933억원에서 626억원으로 32.9%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2021년 말 230.4%에서 지난해 말 356.6%로 급등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0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 감소했고, 영업손실이 141억원으로 적자를 봤다.
분양 성적도 부진했다. 경기 부천시에 지난 4월 일반분양한 ‘이안 시그니처 역곡’은 32가구를 모집해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뒤이어 분양한 ‘이안 센트럴포레 장유 1‧2단지’는 단 32명이 지원해 미달했다. ‘이안 평택 안중역’ 조합분양 취소분도 일부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 올 상반기 248개 종합건설사 폐업…“하반기 더 많이 폐업할 듯”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종합건설사의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2년간 최고치였다. 지난해 종합건설사의 총폐업 건수가 362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폐업 속도는 더 빨라졌다. 지난해 우석건설(202위), 동원건설산업(38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부도를 맞은 데 이어 올해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진이 제대로 된 판단을 했어도 예상치 못한 변수 등으로 시장이 침체하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데, 몇 년간 경영진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면 부도는 예견된 수순이었을 것”며 “부동산 호황기에 우후죽순 건설업체가 늘어났는데, 최근 시장이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폐업하는 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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