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LH '순살 아파트' 사태 결말…주택 공급 위축 → 결국 집값 폭등?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8.04 13:35 수정 2023.08.04 13:41

[땅집고] 최근 LH발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건설 현장에 각종 안전 대책을 적용하겠다고 선포해, 앞으로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짓기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건설 업계가 경기침체에 고금리·원자재값 인상·인건비 상승 ‘사중고’를 겪으면서 이미 상반기 주택착공 가구수가 전년동기에 비해 50%까지 급감했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경쟁률이 치솟는 것도 주택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경기 양주 회천 LH A15블록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 흡수 시키는 잭서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해당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아파트 중 보강 철근을 빠뜨린 15개 단지 가운데 한 곳이다. /조선DB


■LH 아파트 붕괴 계기로…주택 건설 공사 기준·절차 강화된다

지난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공공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한 부분에 천장을 지지해주는 보나 벽 없이 기둥이 슬라브를 직접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는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뼈대 역할을 하는 보강 철근이 누락되면서 붕괴 사태가 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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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붕괴 사태를 ‘건설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오는 10월 중 내놓기로 했다. 앞으로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물’로 규정하고 건축 기준과 절차를 강화하는 등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된 LH 역시 앞으로 공공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안전을 높이는 고강도 개선안을 내놨다.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앞으로 LH 발주 공사에서 설계, 심사, 계약, 시공, 자재, 감리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 이권개입, 담합, 부정·부패 행위 등을 근절할 방침이다. 더불어 발주 공사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LH 공사에서 부실 시공을 야기한 설계·감리업체가 더 이상 LH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 이번 조사로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난 15곳 현장 현장 설계, 시공, 감리업체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아파트 인허가·착공 다 줄었는데 관리감독 리스크까지…공급난으로 집값 자극 가능성↑

/조선DB


건설업계에선 앞으로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건설 과정이 훨씬 까다로워지면서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전쟁발 원자재 가격 인상을 비롯해 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 여파로 건설 환경이 악화한 상황인데 설계·시공·감리 등 건축 전반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감독까지 강화되면, 건설업체 입장에선 섣불리 주택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국토교통부 직속 기관이라 민간보다 더 강화된 감시를 받는 LH가 3기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곳곳 택지지구에서 발주하는 공공아파트를 수주하려는 업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올해 상반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 /국토교통부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전국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향후 2~3년 안에 공급대란이 번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주택 착공건수는 9만249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0.9%, 아파트 분양(승인기준)은 6만6447호로 전년동기 대비 43.0%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LH발 순살 아파트 사태로 건축과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앞으로 주택 공급이 위축돼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며 “이런 상황은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정부가 시장을 잡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도록 압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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