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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홍콩 빌딩' 리스크…VVIP 돈 1600억 허공에 날릴 위기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8.04 10:37
/그래픽=이철원


[땅집고] 홍콩 카오룽(주룽) 반도에 동쪽 제2중앙상업지구에 2016년 들어선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CFGC). 지상 27층, 연면적 7만4322㎡인 이 빌딩은 홍콩 카오룽반도의 랜드마크 오피스 중 하나로 꼽힌다. 홍콩섬을 마주보 있는 데다 전면에는 빅토리아항구가 한눈에 들어오고, 후면은 산이 둘러싸 조망이 우수하다. 홍콩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약 34조원을 투입해 GFGC빌딩 일대 690만평을 새로운 비즈니스지구(CBD)로 개발했다. 그 중심에 이 빌딩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지난 이후 이 빌딩은 공실률 증가 직격탄을 맞고 부동산 가치가 폭락 중이다.

4년 전 이 빌딩이 국내 유일 투자자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건물이 싼값에 매각되면서 중순위 대출로 조성한 2800억원 펀드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땅집고]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미래에셋증권



■VVIP 고객 돈 1600억 몽땅 날아갈 판

빌딩에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딘파이낸셜홀딩스 최대주주 판수통 회장은 중국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발생한 부실 등으로 파산했다.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CIV)과 도이체방크는 빌딩 매각에 나섰는데, 다행히 원금은 회수했다.

문제는 중순위 대출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달 18일 미래에셋증권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어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안팎 수준에서 상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2800억원 전부 손실을 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조성한 펀드2800억원 중 3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각 기관투자자들이 나눠 투자했다. 연 8% 수준의 금리를 받는 조건으로 중순위 대출에 참여했다. 함께 참여한 금융기관은 우리은행(750억원), 미래에셋증권(240억원) 등에서 1600억원이 넘는 VVIP 자금이 유입됐고, ▲한국투자증권(400억원)과 ▲유진투자증권(200억원), 한국은행 노동조합(20억원)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됐다.

VVIP 고객 중심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던 우리은행은 총투자 원금의 70%에 해당하는 54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하고, 투자자들과 자율 조정을 진행 중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10억원 이상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금 100%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황금알 낳는다던 해외 부동산…“리스크 관리는 소홀”

2015년부터 국내에선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저금리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고점에 이르면서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대부분은 홍콩 빌딩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의 약 70%가 오피스에 몰린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에셋은 홍콩 부동산 이외에도 최근 공실률이 높아진 미국 오피스 시장 등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순자산 규모는 8월 기준 5조4000억원으로 자산운용사 중 상위 3위 안에 들었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운용 중인 펀드 3종의 경우 순자산 규모가 6459억원인데, 대부분이 투자와 정보 접근에 제약이 따르는 비공개 펀드, 사모형으로 운용 중이다.

[땅집고] 국내 해외부동산펀드 규모. /조선DB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수익률에만 집중해 리스크 예측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변수는 시장이 예측할 수 없었던 악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수익률이 높고 리스크가 큰 중후순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위험을 키웠다”며 “현재 부실 위험이 있는 자산 대부분이 기관 투자자로 집중됐지만, 증권사·자산운용사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비교적 경쟁력 있는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긴 했지만, 혹시 모를 리스크까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리스크가 더 커졌다”며 “주로 소형사보다는 대형사에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사례가 많아 감당은 가능해 보이지만 향후 당국의 관리감독은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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