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함바집 가면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값싼 노동력과 바꾼 품질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8.03 08:18
/조선DB


[땅집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한국 사람이 없어요. 현장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가보면 다 동남아나 중국 사람밖에 없어요.”(A중견건설사 관계자)

‘하자이’ ‘흐르지오’ 등 최근 건설 현장에서 하자, 부실시공문제가 유달리 부각되는 것은 과도하게 높은 외국인 노동자 비중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젊은 층의 3D(힘들고·더럽고·위험한) 업종 기피 현상과 건설인력 고령화, 그리고 건설사들의 값싼 노동력 선호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며 공사 품질이 떨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러스트= 안병현


■ ’건설인력 기근’ 175만명 필요한데 21만명 부족

현재 우리나라 건설인력은 완전 기근 상태다. 최소 175만명이 필요한데 21만명이 상시적으로 부족하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현재 건설현장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공식적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체류 노동자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40만명 넘게 늘어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분기별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 3월 기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0만9865명에 달한다. 이는 퇴직공제 피공제자 전체 근로자 74만1698명 중 14.8%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3월 기준으로 2020년에 7만7047명, 2021년 8만6836명, 지난해 9만3404명에서 올해 10만명을 넘어섰다.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외국인 근로자 수는 확 늘어난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통계청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작년 건설현장 내 외국인 근로자는 43만6388명에 달한다. 합법체류자와 불법체류자는 각각 24만8726명, 17만7662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소장 등 전문성이 필요한 관리직 소수는 내국인이지만, 현장인력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순 노동작업자는 거의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내국인 건설기능인력 연령대별 구성비 추이. 평균연령은 51.3세 수준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 내국인은 평균 51.3세인데, 외노자는 20대

건설현장 인력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는 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내국인 근로자의 고령화, 젊은 층의 건설업종 기피 등으로 인해 건설업계 일손 부족 현상은 계속 심화하고 있다. 작년 말 내국인 건설업 전체 취업자 평균 연령은 49.5세고,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3세다. 40대 이상 비중은 84.3%로, 전체 산업 취업자의 66.3%에 비해 18%p 높아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20대 이하가 1만6259명으로 1년 전보다 22.1%(2938명)나 증가했다. 체력이 좋은 젊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건설업 특성상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경우 인건비도 더 싸다. 합법적으로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는 인건비가 내국인과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더 싸게 더 많이 일을 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가 부리기 까다로운 내국인 대신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써서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시간 등을 지켜야 하는 내국인 노동자와 달리 장기간 고강도 노동을 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부실시공보단 단순 하자 문제…”내국인 진입 막을 수도”

일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관리는 대부분 내국인이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주로 단순 노동만 시키기 때문. 최근 건설업계에서 발생하는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에 직접적 영향을 주긴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로 건설현장을 채우면서 단순 하자 등 품질 문제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A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아무리 통역 앱을 돌리고 해도 소통에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을 쓰면 품질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면서도 건설사 입장에서 젊고 값싼 외국 인력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간산업인 건설산업에서 발생하는 임금이 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점과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을 형성해 내국인은 진입하기 힘든 업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다른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청년 노동자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서 건설업 근간을 다시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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