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졌던 서울 광진구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과 경기 광명시 ‘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1순위 청약에서 과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롯데캐슬에 4만1344명이, 광명 아이파크에는 4300명이 청약했다.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의 국민주택형 분양가는 시세보다 2억원쯤 비싼 15억원에 육박했지만,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올해 가장 많은 신청자가 접수했다. 앞서 서울 최다 청약접수를 기록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청약 접수자 2만1322명의 2배 규모다.
올 초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청약 시장이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보다 저렴한 이른바 ‘로또’ 청약 단지에 청약자가 몰렸다.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하고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최근에는 시세를 훌쩍 웃도는 고분양가 단지가 늘어나는데도 청약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지금이 제일 싸다”…분양가 고삐 풀렸는데, 경쟁률 더 치열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꾸준히 오르며 32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92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3106만6200원 대비 86만1300원 상승했다. 5월 상승률은 1.38%, 6월 상승률은 2.77%로 오름폭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 요인이 많은 데다 내년부터는 제로에너지 건축 규제까지 더해져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부턴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까지도 공사비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즉,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은 연내 청약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연초에 서울 강동구에 분양한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국민주택형 기준 분양가가 12억원대로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보다 2억원 가량 저렴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졌고, 청약 성적도 미계약을 우려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새 분위기가 반전했다.
이월무 미드미디앤씨 대표는 “경기가 나아진 것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청약 수요가 갑자기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아무래도 최근 공사비가 크게 오르고 앞으로도 오를 요인밖에 없어 청약자 사이에서 ‘현재가 제일 저렴하다’는 심리가 크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전문가들 “하반기, 서울 청약 경쟁률 더 치열해진다”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주택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우선 6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이 4136건으로 2021년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2014건의 두배로 늘어났다. 반면 주택인허가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주택인허가 물량은 18만921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주택착공실적은 6월까지 9만209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9% 급감했다. 향후 입주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하반기에 현재보다 청약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광진구, 마포구 등 서울 핵심지의 경우 수요가 풍부한데 규제가 사라져 강남3구보다도 더 분양가가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기조여서 하반기 청약 열기가 계속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 완화 이후 세대주뿐만 아니라 세대원까지 청약이 가능해졌고 추첨제가 확대되면서 주택 보유자도 청약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실수요와 가수요가 늘어나 분양가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서울은 청약 경쟁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 완화를 단행하면서 실수요자뿐만 아닌 투자자까지 청약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며 “서울의 경우 수요가 넘쳐나고 전매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돼 ‘일단 넣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다만 지방의 경우 아직까지 미분양이 넘쳐나기 때문에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