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600억원을 투입해 만든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월드컵경기장이 경기장으로서 기능이 완전히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광주시와 월드컵경기장 관리주체인 광주시체육회에 따르면, 4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2004년 7월 한국과 바레인간 친선 경기가 열린 이후 단 차례도 국가대표(A매치)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게다가 국내 프로축구 경기도 열리지 않고 있다. 광주FC가 한때 홈구장으로 사용했으나, 2020년부터 인근에 광주축구전용구장을 따로 지어 전용구장을 홈경기장으로 사용 중이다.
광주월드컵경기장 조명시설은 국제경기를 치를 수 없는 조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국제대회나 시설 대관 실적도 저조하다.
관리·운영비 명목으로 연간 25억원만 나가고 있다. 광주시는 시설 일부를 임대해 얻은 수익으로 운영비를 대고 있다고 하지만 입점한 롯데마트와의 계약도 2026년이면 끝이 난다.
광주시는 지어진 지 20년이 된 만큼 시설 보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70억원 들여 천장, 지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는 2024년 4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 공사를 하고, 향후 월드컵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은 1998년 11월 착공해 2001년 11월 개장했다. 규모는 대지면적 32만6369㎡, 연면적 7만1630㎡로 지상 5층으로 이뤄져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곳이다. 외국에서는 ‘거스 히딩크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월드컵경기장 노후화 문제는 광주뿐만이 아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아시아드 주 경기장 역시 태풍 피해로 지붕막이 뜯겨 나간 채 방치돼 논란이었다.
월드컵경기장은 대회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잦다. 월드컵 유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완성했지만, 대회가 끝난 후 관리 소홀로 흉한 모습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노후한 시설 활용 방안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가 끝난 이후 경기장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경기장에 설치된 좌석, 컨테이너, 지붕 등은 모두 분해해 타 스포츠 또는 다른 행사에 사용된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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