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기(코스트코)에서 주말에 저기(하이브랜드) 주차장을 이용해요. 여기(코스트코) 와서 한 번에 다 해결이 될 만 하니까 이쪽(코스트코)으로 오는 것 같아요.” (민OO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거주)
강남 노른자 땅에 들어선 20년차 대형건물에 공실이 가득하다. 직접 걸어보니 5곳 가운데 4곳이 공실이다. 이곳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쇼핑몰로 자리잡고 있는 하이브랜드 건물이다. 현재 지하 1층 이마트, 1층 모던하우스를 비롯한 몇몇 점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공실률이 70%에 달한다. 연면적 4만8000평에 달하는 대형 건물에 상가는 빈 점포로 가득하다.
하이브랜드 건물은 2004년 준공했다. 당시 부동산개발업체인 주식회사 인평이 시행을 맡았다. 시공사는 한화종합건설이다. 현재는 오피스와 라시따델라모다 쇼핑몰이 들어와 있다.
하이브랜드 건물은 지하 3층~ 지상19층 규모다. 이 가운데 상가는 지상 6층까지다. 2000년대 초 건물이 들어설 때만해도 국내 최대 규모의 유럽형 고품격 디지털·패션 명품 상가로 홍보됐지만 현재는 속이 빈 채 겉만 커다란 골동품 상가로 전락했다. 이 상가는 ‘전자관과 ‘패션관’으로 나눠 분양됐다. 패션 지정 점포와 일반 구좌 등 점포가 250여개에 달했다. 현재는 1층 30개 점포 가운데 쇼룸 형식의 의류매장을 비롯해 카페 등 4곳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나머지는 전부 공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랜드가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는데 지금은 특이하게 쇼핑몰이 1층부터 텅텅 비었다”, “코스트코 가는데 주차는 라시따에서 하는게 꿀팁이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이브랜드 상가에서 횡단보도를 한번 건너면 대형 유통 기업인 ‘코스트코 양재점’이 있다. 코스트코 양재점은 과거 세계 코스트코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하이브랜드 상가와 도보 3분 거리에 있다. 하지만 이 상가는 코스트코로 인한 낙수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코스트코 양재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근처에 있는 하이브랜드까지 발길을 돌리지는 않는 것이다. 코스트코를 가기 위해 하이브랜드 지하3층에 무료 주차장을 사용하는 일이 오히려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하이브랜드’가 코스트코의 대형 주차장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민 모씨는 “코스트코에서 주말에 저기하이브랜드 주차장을 이용한다”며 “코스트코에 와서 한 번에 다 해결이 되니까 이쪽(코스트코)으로만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랜드 상가는 서울 강남 노른자땅인 양재동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대로, 강남대로와 연결돼 있다. 게다가 현대기아차 사옥, LG전자 R&D 센터 등 대규모 기업 시설과도 가까워 유동인구가 몰리는 광역상권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바로 앞에 있는 코스트코로 가기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일이 더 많다.
하이브랜드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황 모씨는 “하이브랜드에 쇼핑하러 오는 분들은 많이 없고 콘텐츠 부족 같은 느낌이 든다”며 “편집숍이나 밑에 서점 외에는 진짜 말 그대로 올 게 없어서 굳이 와야 하나 하는 느낌이 드다”고 했다.
현지에서는 하이브랜드 상가에 공실이 가득한 이유로 유명 브랜드 입점에 실패하면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 명동 등에 있는 대형 백화점, 서울역에 있는 대형 아울렛 등 대기업을 끼고 들어선 대형 백화점, 아울렛 등은 대로변에 크게 들어서 있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높다. 하지만 하이브랜드 건물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위치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이브랜드까지 가봤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내려 서초 08번 마을버스를 타고 12분 정도 더 가서 내려야 한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면 바로 나오는 서울역 롯데아울렛, 강남신세계 백화점 등과 비교했을 때 쇼핑을 하러 가기에는 확실히 동선이 번거롭다.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 역에 내리면 도보로 15분 정도 더 들어와야 한다. 유명 브랜드는 대기업 백화점, 아울렛 등 대기업 유통사로 몰리고, 강남 노른자 땅에 있어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어려워 유동인구의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입지에 있는 코스트코는 ‘식품’이 주력 매장이다. 장을 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차로 접근을 해도 수요가 높지만, 패션관을 중심으로 하이브랜드는 입지의 장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이브랜드 관계자는 “패션아울렛이었는데 여기가 대중교통이 크게 좋지 않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 유입이 쉽지가 않았다”며 “개인 자가용을 주로 이용을 해야 되니까 그런 게 조금 많이 불편한 부분이 돼 유입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브랜드들이 다 그러면서 이제 자연스럽게 브랜드들이 퇴점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롯데백화점이 하이브랜드 상가 패션관을 임차해 도심형 아울렛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위탁 경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이브랜드 본사와 기존 하이브랜드 상인간의 갈등이 깊어져 상인들도 짐을 뺐다. 당시 상인들은 “대기업인 롯데가 아울렛을 유치할 예정이니 상가를 비워달라는 계약서에 동의하라고 강요 받았다”며 “본사 측으로 부터 강제단전·임대료, 관리비 상승 등 상가법 위반 등 불공정거래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상인들이 자리를 비웠지만 롯데백화점의 아울렛 위탁사업이 불발되며 ‘라시따델라모다’쇼핑몰이 들어섰다. 상인들이 나간 이후 패션관, 전자관 등에 대형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못하면서 공실이 가득한 상가로 남겨졌다.
대형 유통사의 위탁경영을 받는 아울렛으로의 전환도, 유명 브랜드의 입점도 모두 실패한 하이브랜드는 7년동안 공실이 가득한 상가로만 남아있다. 그러다 최근 6층의 상가 가운데 일부층을 오피스로 전환하고 있다. 4층과 5층은 이미 오피스로 전환했고 입주를 시작했다. 앞으로 패션 중심 쇼핑몰로서의 하이브랜드 입지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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