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죽은 상가도 살린다"는 옛말…골프장·만화카페로 옷 갈아입는 영화관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7.31 10:44

[땅집고] 25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서측 민자역사 건물로 들어가 봤다. 지상 1층부터 총 6층 규모인 이 건물은 5층과 6층에 영화관 메가박스만 운영 중이고 1층부터 4층까지는 입점 점포 1곳도 없이 불이 꺼진 채 텅텅 비어있다. 5층 메가박스에는 20~30대 젊은이들 몇 명이 영화관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임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휑한 모습이었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 민자역사에 입점한 메가박스. 민자 역사는 총 6층 규모로 1층부터 4층까지 상가가 텅 빈 채 방치됐고, 5~6층에 메가박스만 운영 중이다. / 김리영 기자


2006년 설립된 이 민자역사는 설립 초반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입점했지만, 여전히 공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종시 나성동 중심상권에 들어선 대형 상가 ‘어반아트리움P5’도 비슷한 모습이다. 총 10층 규모의 이 상가에는 2020년 메가박스가 입점했지만 코로나 여파를 맞으며 곳곳에 공실이 많은 상황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죽은 상가도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권에서 유동 인구를 흡수하는 효자 임차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관을 떠났던 관객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 앵커 테넌트(핵심 임차인)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 민자역사 3층 내부 모습. / 김리영 기자


■ 코로나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관객들

코로나 여파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산업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무기한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AMC의 경우 다시 문을 열고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관객이 줄고 개봉 영화 수가 제한적이어서 코로나 전 수준으로 수익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전 세계 10개국에 9000개 극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영화관 체인 시네월드는 지난해 9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3대 업체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3년 내내 연이은 적자를 기록한 CJ CGV는 지주사 CJ㈜가 1조원 규모 자본 확충에 나설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

☞ 관련기사 : 영화 한 편 1만5000원, CGV 1주 1만원…국민 영화관 CGV의 굴욕

[땅집고]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 관람객이 줄면서 국내 빅3 멀티플렉스 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조선DB


올해 1분기 영화관 빅3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의 매출은 3384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1722억원)보다는 약 2배 늘었으나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60% 수준이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경우, 매출이 965억원으로 2019년 1분기 1872억원과 비교해 반토막 났고, CGV 운영사 CJ CGV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30% 감소했다. 메가박스중앙은 4년 전 대비 약 10% 감소했다.

자체적인 현금 창출이 어려웠던 만큼 단기 차입금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기준 부채가 8746억원, 자본은 768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137%에 달했다. 롯데컬처웍스의 경우 롯데쇼핑으로부터 물적분할 한 2018년 말 부채비율은 31.5%에서 코로나 확산 이후인 2020년 말 885.3%, 2021년 말 1594.5%, 2022년 말 3474.5%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상영관 없애고…골프스튜디오·암벽등반·만화카페로 개조

영화관이 텅 비어버리면서 상영관이 다른 상업시설로 대체되기도 했다. 지난 3월 CGV는 송파점에 있던 영화관을 없애고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디 어프로치’를 오픈했다. 골프 스튜디오 외에도 상영관을 없앤 자리에 클라이밍짐, 만화카페 ‘롤롤’(lolol), 체감형 게임장 ‘미션브레이크’ 등을 입점시켰다.

롯데시네마 역시 극장 공간을 활용해 체험 전시 등을 제공하는 갤러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서울 송파구 월드타워의 약 100석 규모 상영관 1개를 활용해 체험형 전시 공간 ‘랜덤 스퀘어’를 선보였다. 메가박스는 영화관에서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 ‘시네 도슨트’ 등을 비롯한 각종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땅집고]CGV 종로점 상영관을 개조한 클라이밍짐 피커스종로점. /조선DB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상업시설 흥행 보증 수표는 단연 영화관이었지만 이제는 영화관이 들어온다고 해도 상가 분양률에 큰 영향이 없는 편이며 상가 분양 흥행의 핵심 업종 자체가 사라진 분위기”라며 “상영관을 개조한 시설들을 살펴보면 특화한 테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일반 상가도 마찬가지로 전략적인 업종 구성을 한 경우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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