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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상가 공급 폭탄에 텅텅…공실 해결할 수 있는 건 '스토리지'뿐" [프롭테크 열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7.31 07:47 수정 2023.07.31 17:43

[프롭테크 열전]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

[땅집고]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아이엠박스의 스토리지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고 있는 남성훈 대표. /아이엠박스


[땅집고] “과거 부동산 상승기 때 전국 곳곳에 지식산업센터나 상가가 무차별적으로 공급되는 바람에, ‘공실 폭탄’으로 시름하고 있는 지역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면도로나 지하상가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점포까지 채울 수 있는 업종은 지금으로선 ‘스토리지’밖에 없다고 봅니다.”

개인이나 법인 고객들이 도심 속 창고에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스토리지(Storage) 서비스 업체 ‘아이엠박스’. 월 12만원 정도만 내면 불필요한 짐을 맡길 수 있다. 집에 수납공간이 부족한 1~2인 가구나 사내 문서·비품량이 상당한 기업 고객들이 즐겨 찾는다.

아이엠박스 창립년도는 2015년이지만, 설립 9년차인 올해 초부터 유독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목돈을 주고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공실에 시달려 고심하던 점주들이 아이엠박스 체인점 계약을 줄줄이 체결하면서, 올해 예상 매출이 30억~40억원에 달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땅집고]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아이엠박스 목동점 출입구. /아이엠박스


남성훈(39) 아이엠박스 대표는 “그동안 수도권에 상업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공급 과잉이 발생해, 임차인을 채우지 못해 고생하는 상가 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상가가 가시성이 낮은 이면도로에 있거나 지하에 있다면 공실을 해소하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입지적으로 불리한 상가를 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업종이 짐 보관 서비스인 스토리지”라며 “실제로 올해 아이엠박스 체인점이 올해에만 14곳이나 늘어났다”고 했다.

지난 27일 땅집고가 남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한 지점당 규모가 얼마나 되나.

“유닛 하나당 평균 0.3평 정도 된다. 지점별로 차이가 있지만, 지점당 창고 최소 40개에서 최대 200개 정도로 구성한다. 전용면적이 60~100평 정도 되는 상가라면 아이엠박스 스토리지를 런칭할 수 있는 셈이다.”

-아이엠박스 고객층은 어떻게 되는지.

“지점 권역별로 크게 3가지로 나뉘더라. 먼저 서울 강남권역에선 대기업이나 사업자들이 사무실에 보관하기 애매한 서류나 비품 등을 보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선 원룸에 두기 힘든 개인 짐을 작은 박스에 담아서 보관하고, 가정집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부피가 큰 캠핑·낚시도구나 자전거 등 물품을 맡기는 수요가 많았다. 한 번 짐을 맡기면 평균 보관 기간이 7개월 정도로 제법 긴 편이었다.”

[땅집고] 아이엠박스 한 지점 내부가 한 칸당 평균 0.3평 규모인 스토리지 여러 개로 구성됐다. /아이엠박스


-체인점 계약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5년 주기로 계약한다. 수익 분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점주 8, 본사 2 비율로 수익을 분배할 수도 있고, 초기 가맹비(2년간 예상 순수익의 20%)를 지불하고 나머지 수익을 전부 가져갈 수도 있다.

기존에는 직영점만 12곳 운영했는데, 최근 수도권 일대 상가나 지식산업센터마다 공실률이 높아서 그런지 올해 들어서만 체인점이 14곳이나 늘어났다. 점주 입장에선 상가를 공실로 버려두면서 대출 이자만 낭비하는 것보다 스토리지를 입점시켜 수익을 얻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실제로 체인점인 수원영통점은 첫 개장한 올해 5월 매출로 440만원을 기록했고, 서울 삼성점은 같은 기간 1100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다른 짐 보관 서비스 업체와 ‘아이엠박스’ 간 차별점이 있다면.

“아이엠박스는 국내 짐 보관 업체 중 지점별 보관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전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홈페이지에서 각 지점을 클릭하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 가능하고, 원하는 창고를 선택해 바로 결제할 수도 있다.

[땅집고] 아이엠박스 이용 방법(위) 및 인천검암점 스토리지 이용 현황. /아이엠박스


배송 서비스도 차별점이다. 고객 신청이 접수되면 짐 포장은 물론이고 배송·보관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해 준다. 이런 배송 서비스는 고객뿐 아니라 아이엠박스 본사와 체인점 모두에게 이득이다. 아무래도 지점 입지별로 짐 보관율 차이가 나는데, 고객들로부터 전달받은 짐을 유휴공간이 많은 지점에 배송해서 공실을 메꾸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조절할 수 있어서다.”

-최근 부동산 업계가 침체됐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2019~2021년 부동산 상승기 때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줄줄이 공급되면서 상권마다 상가 및 지식산업센터 등 공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선 공실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2~3년 전 분양했던 상가·지식산업센터 입주 시기가 슬슬 다가오는 시점이라, 공실이 본격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상가 투자자들 중 아이엠박스를 런칭해 공실을 채우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면적만 확보되면 점포 가시성이나 입지에 구애받지 않고 체인점 런칭이 가능하기 때문에, 점주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땅집고] 인천시 서구 승학로 일대 공실이었던 상가가 아이엠박스 인천검암점으로 탈바꿈한 모습. /아이엠박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자회사 ‘BX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올해 안에 부동산 자산 100억원 이상을 매입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저평가된 매물이나 부실채권을 골라 사들여서 일단 아이엠박스 스토리지로 운영한 뒤, 추후 매각해서 차익까지 낼 계획이다. 단순 전대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직접 부동산 매입·매각을 통해 차익까지 내는 종합 부동산 회사로 거듭날 것이란 얘기다.

나아가서는 도심 공실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되고, 집이 좁아 고생하는 1~2인 가구 젊은층들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해내고 싶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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