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 남편, 딸이 검사"라던 강남 아파트 입대의 회장, 입주민들과 갈등 끝에 입대의 임의 해산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7.30 12:23 수정 2023.07.30 13:36

[땅집고]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이 임의로 입대의를 소멸시키고 입대의 관리서류를 숨겨 업무상 횡령, 업무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입대의 회장은 평소 자신의 남편과 딸이 현직 검사라는 점을 들며 주민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A(58·여)씨를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9월쯤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입대의 잡비 통장을 해지시켜 새 입대의 측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각종 문서에 대한 새 입대의 측의 서류 반환 요청을 거부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2017년부터 이 아파트 입대의 회장을 맡아오다 작년 9월 ‘입대의 해산’을 공고했다. 공고문에는 “지속적 해산 요구에 따라 오늘부로 입대의를 해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땅집고] 입대의장 A씨는 그동안 주민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4월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출입문에 붙어 있던 인쇄물(왼쪽). 발신자 측 캡처 화면으로 보이는 이 인쇄물에는 A씨가 관리소장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청소 위치 지정 및 향균패드 처리 등의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다. 오른쪽은 최근 이 아파트 관리소장 근무일자와 근무기간이 담긴 문서. 4년 반 동안 20여명이 교체됐다. /독자 제공


주민들에 따르면 해산 공고 전까지 A씨와 주민들 간 갈등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이 아파트 한 동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자 주민들 사이에서 ‘A씨는 자기가 사는 동 외엔 관심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A씨는 회장직을 내려놓는 대신 입대의 고유번호증을 말소시켜 입대의를 없애 버리는 강수를 뒀다. 고유번호증은 임의·민간단체나 협동조합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증서다. 고유번호증이 있어야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세금 처리도 할 수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새로운 입대의를 구성하고 새 고유번호증을 발급 받았다. 은행 계좌도 새로 텄다. 문제는 A씨가 회장 자격으로 관리하던 잡비 통장과 누수 관련 건설사와 오간 공문 등의 서류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장이 바뀌더라도 고유번호증상 대표자만 변경하면 고유번호증, 통장도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A씨가 고유번호증을 말소시키면서 아파트 운영 잡비 통장 내역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입대의 명의의 잡비 통장에선 엘리베이터 사용료와 세대당 추가 주차비, 한전의 대리 검침 수당 등이 오고 나갔는데, 입대의 회장이 이제껏 관리해 왔다. 새 입대의 관계자는 “과거 입출금 내역을 보려면 통장을 봐야 하는데, A씨가 입대의 명의의 계좌를 닫고 통장도 가져가 버려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통장도 없고 건설사와 여러 해 오고 간 유지보수 서류도 없어 새 입대의 운영에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A씨의 남편 B씨는 서울고검에, 딸 C씨는 부산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다. 평소 A씨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져 다툼이 발생하면 남편과 딸이 검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압박을 느꼈다고 했다. A씨가 한 입주민에게 보낸 문자에는 “남편이 부장검사로 오래 검찰에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담당한다. 서울중앙지검은 A씨 남편(B 검사)이 재직중인 서울고검이 관할한다. 입주민 측에서는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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