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못 받은 돈이 40~50억 될걸" 유치권에 횡령까지…평화롭던 시장과 마트 쑥대밭 만들어

뉴스 김혜주 기자
입력 2023.07.28 08:00





[땅집고] "분양권을 준다고 해서 시행사에 투자금을 3억원 줬었어요. 근데 시행사가 망하고 공사가 중단되면서 아직까지 유치권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결국 마누라는 10년 전에 극단적 선택을 했죠. 피해자가 수십 명은 돼요.”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당곡프라자 피해자 Y씨)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주택가에 14년째 방치된 폐건물이 있다. 폐건물 주위로 높은 펜스가 설치돼있지만 건물 위로 꽂힌 철근이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심지어 건물에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등하교시 초등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 이 건물은 왜 14년째 방치되고 있는걸까?

■ 분양 실패에 공사는 멈추고 시행사는 문 닫아…주민들 “주택가에 대형 상가라니 예견된 결과”

16년 전, 2300㎡ 규모의 이 부지는 '당곡시장'으로 불리던 건물형 시장이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열 평 남짓한 가게 20~30개가 운영됐고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 이 부지의 최초 소유자는 5명. 1987년 5명의 지분을 '봉신산업'이라는 주식회사가 사 모으기 시작해 20년이 흐른 2006년에 모든 지분을 소유한다. 이 땅의 주인이 되자 봉신산업은 당곡시장 재개발인 '당곡프라자' 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 서울시 시장정비사업 추진 계획에 따라서 '당곡프라자'는 공사를 시작했다.

당곡프라자는 지하 2층~지상 7층의 근린상가 건물로 계획됐다. 시행사는 봉신산업, 시공사는 보람건설로 2010년 8월 준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9년 8월에 골조만 올라간 상태로 공사가 중단된다. 당시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던 때인데, 봉신산업도 그 여파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이었다. 당곡프라자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건물이 아래는 상가, 위는 주택으로 분양했으면 됐을 텐데 모두 상가로 분양하다 보니 분양이 안 됐다"며 "분양 당시 1층 상가도 다 못 채웠었다"고 말했다.

공사가 중단된 후 봉신산업은 건물의 일부분을 주택용도로 변경하며 기사회생을 노렸다. 2011년 8월 서울시로부터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용도변경 승인을 받았지만 결국 봉신산업은 문을 닫게 됐다.

■ 유치권 미해결에 주택가 대형 흉물 생겨…당곡프라자 피해금만 40억원 이상

‘당곡프라자’에 분양권을 받으려 투자했었던 Y씨 부부. Y씨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투자금을 돌려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 해결이 안 된 상태다"고 밝혔다. Y씨는 당곡프라자 피해자가 수십 명, 당시 피해금액은 40억에서 50억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당시 봉신산업의 대표는 정 모씨. 정 씨는 당곡프라자에서 직선거리 400m 정도 떨어진 주상복합건물 '가야위드안'의 시행사 대표이기도 했다. 당곡프라자 공사가 중단됐던 시기, 정씨는 가야위드안의 분양대금 37억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가야위드안 또한 공사가 공정률 47%에서 멈췄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이 돈을 모아 공정률 90%까지 만들면서 입주를 진행했다.

하지만 준공되지 않은 건물은 분양금을 완납한 주민이라도 법적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런 빈틈을 이용해 용역세력이 침투했다. 불법 임대업과 건물 점유를 주장하며 수분양자들을 폭행하고 내쫓았다.

가야위드안 사태 피해자인 김 모씨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시행사 대표 정씨로 인해 피해자가 200여 명 발생했다"며 "소송 기간 동안 화병나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태로 인해 피해 금액이 2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탈하게 운영되던 옛 시장과 마트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정씨. 가야위드안은 새 투자업체 '주영인더스트리'가 들어오면서 리모델링 공사 및 입주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당곡프라자의 경우, 토지 소유주만 달라질 뿐 유치권이 해결되지 않아 계속 방치 중이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유치권은 지상의 건물에 대해 주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토지 거래는 이뤄질 수 있다"며 "하지만 결국 건물을 철거, 건축하려면 건축 허가권과 유치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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