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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외 성장동력 안 보여" 호반건설 성공 신화 한계 왔나 [건설사 기상도]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7.27 08:04 수정 2023.07.27 11:29

[건설사 기상도] 호반건설

[땅집고]검찰은 지난해 8월31일 '대장동 닮은꼴'로 평가 받고 있는 위례신도시 개발 건 관련 호반건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의 모습./연합뉴스


[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개 저격과 과징금 철퇴를 맞으면서 건설업계 이슈의 중심에 선 호반건설. 그동안 호반건설은 호남권에서 단기간에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지방 건설사의 기적’으로 칭해졌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이 90%에 육박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성장 신화’가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주택사업으로 급성장해 한때 전국을 제패하는 듯했으나, 사업다각화에 실패해 몰락의 길을 걸었던 청구·우방·보성 등 지방 건설사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브랜드 파워'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고 재건축 재개발은 물론 토목이나 해외 건설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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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기업에서 전국구 대기업으로…성공 비결은?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이 1996년 8월 자본금 1억원으로 전라남도와 광주를 기반으로 설립한 이래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직원 5명이었던 소규모 회사에서 현재 1101명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호반건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광주 내에서만 아파트 건설사업을 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호반리젠시빌’ 민간임대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하고 광주, 울산, 대전, 천안 전주 등 전국구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5년에는 본사를 광주 쌍촌동에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 진출을 본격화했다. 당시 호반건설이 수도권을 겨냥해 론칭한 신규 아파트 브랜드가 바로 ‘호반베르디움’이다. 2005년 9월 경기도 용인시 구성지구 호반베르디움을 시작으로 용인 흥덕, 청주 강서, 인천 청라 등에서 분양률 100%를 잇달아 이뤘다. 2010년에는 프리미엄 주상복합 브랜드 ‘호반써밋플레이스’를 론칭했다가, 2019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호반써밋’으로 리뉴얼해 사용하고 있다.

[땅집고]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2018년 호반그룹 신년 전략회의'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조선DB


호반건설의 사업 특징은 보수적 경영 기조다. 김 회장은 ‘단 한 장의 어음도 쓰지 않는 기업’을 경영 이념으로 삼고 현재까지 이를 고수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전신인 현대파이낸스가 김상열 회장 장인이 설립한 금융회사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반건설은 분양률이 90%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협력업체와 거래 시 어음 없이 현금으로만 결제한다. 그 때문에 20여 년 동안 미분양을 경험하지 않은 ‘미분양 제로 건설사’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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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 없는 호반, 경제 위기 때 빛 발했다

보수적 경영기조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떼돈을 벌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빚을 내 사업에 나서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달리 호반건설은 넉넉한 현금으로 2기 신도시 공공택지를 ‘벌떼 입찰’ 방식으로 대거 매수하면서 덩치 키우기를 본격화했다. 자회사 수십 개를 설립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신도시 등에서 공공택지를 무더기로 낙찰받은 것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시공만 도맡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시행까지 자체적으로 하며 더 큰 이윤을 남겼다. 시공 이익은 3~4%지만, 시행을 맡으면 이익은 최고 20%까지 올라간다. 호반건설은 무차입 경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부지 매입과 시행, 시공을 모두 할 수 있었다.

2008년 이후 엄청난 물량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2009년, 2010년, 2014년 전국 주택 공급 실적 1위에 오르는 등 2000년대 후반부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2017년 기준 호반건설 매출은 5조 1530억, 영업이익은 1조 3500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2%에 이를 정도다. 자체분양사업 비중이 높고, 협력업체와 거래 시 어음 없이 현금 결제해 원가율을 낮춘 덕분이다.

■ ‘호반 신화’ 이어질까… ”실패한 문어발식 확장, 존폐 기로”

그러나 호반그룹의 성공 신화가 계속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호반건설은 국내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90%에 이르는데, 주택 시장 파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호반건설은 대규모 택지지구의 벌떼 입찰을 통해 성장했는데 신도시 개발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것. 그렇다고 주요 재개발, 재건축 수주전에 나서기엔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호반건설은 2015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송파호반베르디움 더 퍼스트를 선보이며 서울의 주요 중심주거지역 진출을 가시화했다. 이후 2016년 성북구 보문5구역 재개발과 2017년 양천구 신정 2-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냈으며, 이달 용산구 ‘호반써밋 에이디션’을 분양했다. 연내에는 구로구 개봉 5구역 분양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에서 브랜드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수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전국구로 올라온 지방 기반의 주택 전문 건설사들이 있었으나, 1990년대 말 IMF(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호반건설은 각종 M&A(인수ㆍ합병)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영역으로 문어발 확장을 하면서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반열에 오른 뒤 호반건설은 기업 인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호반건설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으로 M&A 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쌍용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다. 주택 사업에 한계를 느낀 호반건설이 해외건설ㆍ플랜트 사업이 있는 대형 건설사를 노렸으나, 부실 위험 등으로 건설사 흡수는 포기했다.

이후 호반건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건설 분야 전문성을 키우는 대신 문어발식 확장을 택했다. 엉뚱한 업종의 기업들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것. 2011년 ‘kbc 광주방송’에 이어 중앙일간지 ‘서울신문’, IT전문 일간지 ‘전자신문’, 인터넷 경제신문 ‘EBN’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어 2021년에는 kbc 광주방송을 매각하고, 국내 최장수 전선 생산업체인 상장회사 ‘대한전선’을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선택한 생존 전략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갑자기 전문성이 없는 미디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엉뚱한 곳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호반의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브랜드 파워가 여전히 약한 주택전문업체 호반건설의 성장에 회의적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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