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기고] 불법 중개사 걸러낼 '단속권' 필요한데 서류검토나 하라니…전형적 탁상행정

뉴스 글=김동일 만토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입력 2023.07.26 11:26 수정 2023.07.26 14:05
[땅집고]김동일 만토공인중개사무소 대표(제주)./한공협

[땅집고] 정부가 부동산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 시 필요한 서류 검증 업무 등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중개사 정보를 알고 있는 한공협에서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인 모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실효가 전무한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 이 방안을 수립한 사람들은 민간·정부·학계가 참여하는 ‘부동산 중개업 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라고 한다. 현장 전문가는 없고 탁상 전문가만 모여서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부동산 시장 실정에는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방안이 나왔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등록업자들의 불법 중개행위를 엄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공협에서 법정단체를 염원했던 가장 큰 이유도 불법 중개행위에 대한 정보는 있으나 이를 단속할 권한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공협이 무등록자 불법 중개행위에 대한 ‘단속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정부에서 내놓은 방안에는 사전에 무등록자의 불법 중개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는 사라졌다. 불법 무등록자나 불법 경력의 중개사가 개설 등록을 할 때 1차로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정부 안은 이미 사후약방문의 미봉책이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는 방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다.

[땅집고] 무등록 부동산 중개사무소./한공협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려는 자가 과거에 불법 중개행위로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 경력이 있는지는 협회보다 관할관청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불법 중개행위로 처벌받은 자는 이미 공인중개사법에서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단지 무등록이나 불법 중개업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개설 등록을 거부하거나 반려하겠다는 발상도 초법적이다.

정부가 한공협에 위탁하는 방식도 등록 권한이나 등록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 인원을 발견하면 관청에 알려주는 정도라고 한다. 이런 업무라면 지금도 한공협에서 수행하고 있다. 한공협 지도단속실은 무자격자, 무등록자의 불법 중개행위를 지속적으로 적발해 관할 관청에 고발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불법 중개행위에 대해 고발이나 민원 제기를 하더라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단속권을 가진 공무원이 불법 중개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하기 전에는 증거를 보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법의 허점이 있었기에 부동산 시장은 개혁이 어려웠고, 한공협에서는 법정단체 지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다. 거창하게 부동산중개업 제도개혁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놓고선 정작 현장과는 동떨어진 형편없는 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중개업을 개혁하겠다는 포부는 좋지만 한공협에 있는 중개업 전문가들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정부안은 탁상 전문가들이 탁상에 앉아 만들어 낸 전형적인 공론(空論)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중개업을 개혁하겠다는 소리는 아주 옛날부터 민관을 불문하고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백년하청이다. 급소를 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 개혁에 ‘협회의 법정단체화’가 빠진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법을 만드는 정치인이나,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나 핵심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법정단체화다 . /글=김동일 만토공인중개사무소 대표(한공협 회원), 정리=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전문가,독자들의 기고를 받습니다. 기자 이메일로 내용과 연락처를 보내주십시오.

▶ 성수기, 비수기 상관 없이 '풀부킹'…대박 스테이 비결 알고싶다면? ☞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



화제의 뉴스

위기의 롯데, '심장'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발표에도…"집값 비싼 분당만 될 것" 술렁
"신도시 재건축 착공 늦어지면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
압구정이어 이번엔 한강 북측에 '초고층 병풍' 아파트 들어선다
'역세·학세권' 일산 후곡마을, 용적률 360%를 적용한 고밀 개발 가능 [일산 선도지구 확정]

오늘의 땅집GO

위기의 롯데, '심장'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에도…"집값 비싼 분당만 될 것" 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