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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랜드' 지탄 넘어 지역경제 '구원투수' 될 수 있나…레고랜드의 운명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7.26 07:55 수정 2023.07.26 08:33

[지방 개발 now] ①춘천 레고랜드

[땅집고]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로 가는 길목에 ‘레고 패륜랜드’ 라고 적힌 붉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레고랜드는 ‘패륜랜드’, 강원도 혈세로 영국놈 들 빚 메꿔주는 게 말이 됩니까!”, “가뜩이나 일자리 없는 춘천에 대형 놀이동산으로 경제 효과 창출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지난해 5월 강원 춘천시에 문을 열어 이달로 개장 1년을 넘긴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 춘천을 가로지르는 북한강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섬 하중도에, 축구장 39개와 맞먹는 총 28만㎡(약 8만4700평) 규모로 조성한 국내 최초 글로벌 테마파크다. 레고 장난감을 테마로 40여가지 놀이기구를 갖춘 ‘파크’와 숙박시설 154실을 보유한 ‘호텔’로 구성한다.

레고랜드는 현재 강원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는 다른 지역 대비 산지가 많은 탓에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마땅한 관광자원까지 없어 인구 유출이 유독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춘천시에 대형 놀이공원인 레고랜드가 들어선 것은 그야말로 초대박 지역 호재이다.

그럼에도 막상 레고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사업의 명과 암이 뚜렷해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

■레고랜드, 지역 경제 구원투수? 혹은 외국 기업만 살리는 매국노 거점?

[땅집고] 지난해 5월 강원 춘천시 하중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연합뉴스


[땅집고]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강원 춘천시 한 가운데 있는 섬 하중도에 총 28만㎡ 규모로 들어섰다. /이지은 기자


강원지역에서 레고랜드 개발 사업을 반겼던 이유는 단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다. 레고랜드가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과 레고에 관심이 많은 키덜트족(유소년 시절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들을 일컫는 신조어) 수요를 끌어모으면서 적지 않은 관광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레고랜드 측은 지난해 5월 5일 개장일로부터 지금까지 1년여 동안 100만여명이 방문했다고 집계했다. 수도권 외 지방에선 이처럼 외부인들의 발길을 이끄는 콘텐츠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레고랜드 측은 놀이동산 문을 열면서 지역민 8000명 고용 효과를 내겠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시청역 인근에 레고랜드가 영국 멀린 사에 하중도 땅은 10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 ‘매국노 특혜’를 줬다는 비난 피켓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반면 그동안 강원도가 레고랜드에 투입한 혈세와 시간을 고려하면 성적이 초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원도는 2011년 레고랜드 운영 주체인 영국 멀린사(社)와 외국인투자협약을 체결한 이후 국비와 도비를 합해 1419억원을 지출했다. 또 강원도가 44.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 역시 4542억원을 투자해 레고랜드 일대 기반시설 및 인근 부지를 개발했다.

여기에 ‘매국노 특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도가 멀린사에 레고랜드 부지인 하중도를 총 100년 동안 무료로 빌려주면서 불거진 비난이다. 당초 계약은 50년 무상 임대 조건인데, 여기에 50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중도 땅 표준공시지가를 고려하면 1252억원에 달해, 강원도가 알짜 부지를 100년간 공짜로 넘기면서 외국 기업 배만 불리고 지자체에는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집고]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인근에 ‘레고랜드=호로새끼 랜드’라고 적힌 붉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고랜드가 중도에 있던 선사유적을 파괴하고 세워진 데 따른 시민단체 반발도 크다. 현재 춘천 육지에서 레고랜드가 있는 하중도로 진입하는 춘천대로를 지나다 보면 개발 사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을 두 눈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새빨간 바탕에 ‘레고 패륜랜드’,‘호로새끼 랜드’라고 적힌 섬뜩한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있는 것. 일부 지역민들은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도 레고랜드 반대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개장 1년, 경제 효과 미미하지만…향후 5년간 투자 늘려나갈 것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레고랜드가 아직까지는 여러 방면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연 방문객이 200만명은 될 것이라고 추산했으나 실제 성적은 절반에 그친다. 고용 부문에서도 현장 근무자가 850명 안팎으로 당초 제시했던 인원(8000명)의 10분의 1수준인 데다, 그마저도 80%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땅집고] 강원 춘천시 하중도에 자리잡은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연합뉴스


다만 레고랜드가 개장 1년을 갓 넘긴 만큼 아직 경제 활성화 성적을 매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시설이 활성화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레고랜드가 단축운영이나 임시휴장 등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어려웠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레고랜드 측은 올해 코로나19가 종료한 만큼 본격 운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지난해 11월 레고랜드 신임사장 자리에 오른 이순규 대표는 향후 5년간 투자 계획을 담은 경영 비전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로 레고랜드를 더 활성화하고 증축 등 시설 부문 개발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활성화 방안으로는 ▲전세계 최초로 야간 개장 ▲지역 축제와 연계한 할인 혜택 마련 ▲강원도일자리재단과 업무협약을 통한 채용 증대 ▲소외계층과 한부모가정 어린이 3000명을 초청하는 등 상생 노력 등이 마련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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