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비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이 정말 정말 위험한 이유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7.18 15:57 수정 2023.07.18 16:02

[땅집고] “비가 오는 날엔 절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선 안 됩니다. 콘크리트를 붓는 과정에 빗물이 유입되면 딱딱해야 할 콘크리트가 물컹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마철 문제가 아니에요. 완전히 ‘안전 불감증’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관련기사 : 순살 이어 물갈비? GS건설, 폭우 쏟아지는데 콘크리트 타설 감행 논란

지난 11일 호우주의보 발령에도 불구하고, 동대문구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붓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업계에선 ‘우중타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중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이러한 작업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대문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주 구청에는 GS건설의 ‘휘경자이디센시아’(휘경3구역)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중단해달라는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다. 결국 이 사태는 구청이 나서 ‘공사 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일단락됐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와 함께 합동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콘크리트 타설은 물론, 전 작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땅집고] 11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이'브랜드를 쓰는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폭우가 쏟아지는데 건설사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통상적으로 건설업계에선 비가 오는 날엔 콘크리트 붓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만약 비 소식이 있다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미루는 게 일반적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도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콘크리트 작업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질 수 있어서다. 콘크리트 반죽은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을 적정비율로 섞어서 만들어진 상태로 출하된다. 만약 현장에서 빗물이 유입되면 반죽 내 물의 비율이 늘어나, 적정 비율이 깨질 수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타설 작업장 위로 천막을 치는 경우가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반죽에 빗물 유입을 완전히 막으려면 아파트의 경우 집 한 채에 해당하는 면적을 덮어야 한다”며 “그만한 천막을 구하기도, 설치하기도 모두 쉽지 않다”고 했다.

콘크리트 타설을 도중에 중단할 수 없는 점도 우천 작업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슬라브에 붓기 시작한 콘크리트 반죽은 끝까지 사용해야 한다. 이 작업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면 먼저 타설된 콘크리트는 이미 굳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굳은 콘크리트 위로 반죽을 부으면 두 콘크리트 간 점성이 떨어져 전반적인 강도가 대폭 낮아진다.

또한 먼저 굳은 콘크리트와 새로 붓는 콘크리트 사이에 공기 등으로 인한 빈 공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구조 전문가인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세워진 철근 사이로 콘크리트를 부을 때는 물이나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공극(빈 공간)이 없애기 위해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지만, 물을 빼내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 '물갈비 자이' 폭우 속 콘크리트 타설…결국 공사 중지 명령받은 GS건설

전문가들은 일명 ‘우중 콘크리트 타설’ 행위를 단순히 장마철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일각에선 감리회사가 우중 타설을 막을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감리회사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무엇보다 비가 올 때는 반드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멈춰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같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최 교수는 “현재 현장엔 숙련공이 적고,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대형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 성수기, 비수기 상관 없이 '풀부킹'…대박 스테이 비결 알고싶다면? ☞ 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
▶ 교통·상권·학군·시세 그리고, 아파트 주변 유해 업소까지 한번에 ☞부동산의 신

화제의 뉴스

18번 줍줍에도 "안 사요"…서울 신축 단지 굴욕, 할인 분양에도 텅텅
미국 MZ도 주거 사다리 붕괴…40세 돼야 집 산다
"5평 원룸 월세 100만원이 기본?"…'헉' 소리 난다는 서울 방값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오늘의 땅집GO

"5평 원룸 월세 100만원이 기본?"…'헉' 소리 난다는 서울 방값
18번 줍줍에도 "안 사요"…서울 신축 단지, 할인 분양에도 텅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