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 은마아파트가 우여곡절 끝에 내달19일 재건축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한다. 조합장 후보에는 작년 GTX-C 노선 갈등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만분의 일 지분’으로 공개 비난한 최정희 추진위원장과 추진위 반대파인 이재성 은소협(은마소유자협의회) 대표가 올라 이파전이 예고된다.
당시 최 위원장은 2020년 시아버지 소유 전용 76㎡ 아파트에 배우자와 함께 지분 1만분의 1씩을 증여받았다. 편법으로 조합원 지위를 획득해 위원장에 당선되고 재건축 추진과 GTX 노선의 은마아파트 지하 통과 저지를 위한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최 추진위원장은 올 4월 부부 공동 명의로 은마아파트를 매입, 이달 11일 소유권을 이전 받아 현재 지분 51%를 확보한 상태다.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은마 재건축추진위는 지난 6일 열린 회의를 열고 오는 8월19일 조합창립총회 개최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추진위에서 구성한 선관위는 지난 14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접수한 후보 서류를 검토 중이다.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무려 20년 만의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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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설립 후에도 은마가 갈 길은 멀다. 정비계획 변경, 상가 협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추진위 측은 조합 설립 즉시 정비계획ㆍ구역지정 변경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작년 정비계획안 추진할 때와 달리 서울시가 올해부터 층수 상향을 허용하기로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작년 정비계획안에서는 현재 28개 동 4424가구인 은마를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임대아파트 포함)로 재건축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정비계획을 변경해 35층을 49층으로, 용적률을 204%에서 30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작년에 49층 계획안을 냈으면 통과가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년 기준에 맞춰 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마 맞은편 대치 미도아파트가 현재 신속통합기획으로 양재천 방면으로 4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면서 “은마도 대치역과 학여울역 쪽 49층으로의 설계 변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목표도 밀릴 전망이다.
추진위 측에서는 타이트하긴 해도 시공사 재선정 절차만 빠지면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마는 다른 재건축 단지와 달리 조합 설립 전인 2002년 시공사로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을 뽑았기 때문. 통상 재건축 단지는 사업시행인가 때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은마는 이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 물론 현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이 틀어져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경우 타 단지보다 배 이상의 시간을 뺏길 수 있다.
은마 내 상가도 재건축 사업의 변수로 꼽힌다. 은마 상가는 부지가 6600㎡(약 2000평), 소유주만 500여 명에 달한다. 조합 설립 후 분담금 책정을 놓고 상가와 조합이 충돌할 수 있다. 현재 추진위가 제출한 정비계획안에 상가 60%가량이 지하로 배치됐다고 전해져 지상층을 원하는 상가와 조합 간 갈등이 예고된다.
통상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조합원은 상가를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합정관으로 상가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도 있어 상가는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꼽힌다. 과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에서 발생한 6개월 공사 중단 사태도 상가 때문이었다.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된 GTX-C 노선 갈등도 아직 해결하지 않았다. 추진위는 주민들은 40년 이상 된 아파트 지하에 GTX가 지나면 붕괴위험이 있다며 크게 반발했으나, 국토부가 강하게 추진하며 은마 지하 관통은 사실상 확정됐다. 추진위 측에 따르면 현재 추진위와 국토부는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관통안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은마는 대치동 316 대지 23만9224㎡에 14층 규모 건물 28개동으로 1979년 8월 준공했다. 전용면적 101㎡ 2674가구, 115㎡ 1750가구로, 총 4424가구 규모 대단지다. 집값은 올 1월 바닥을 찍은 뒤 우상향하고 있다. 101㎡는 2021년11월 26억35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올 1월 17억9500만원까지 내렸다가 이달 1일 22억5000만원으로 다시 올랐다. 115㎡도 작년 11월 28억2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뒤 작년 11월 21억5000만원까지 내렸다가 지난달 25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구축인 은마는 주변 신축 아파트의 반값 선이다. 인근 대치동 일반아파트 중 가장 비싼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 시세는 현재 45억~46억원 선이다./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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