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 MLB를 보유한 F&F가 본계약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돌연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01-1 일대 ‘마제스타 빌딩’(마제스타시티 타워1) 인수를 포기했다. 알려진 사유는 ‘단순 변심’인데 업계에서는 실제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산 결격 사유 없이 단순 변심으로 포기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서초역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마제스타 빌딩은 2017년 준공하자마자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의 LEED 최고등급인 ‘플래티넘’을 받은 프라임급 오피스 매물이다. 타워1과 타워2로 나뉘어 있으며 이번 매각 대상은 타워1이다. 타워1은 지하 7층~지상 17층짜리 오피스 건물로, 연면적 4만6673.76㎡(1만4118평) 규모다.

현재 마제스타 빌딩 타워1을 펀드로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은 CBRE코리아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해 왔다. 매각 금액은 5000억원대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남길 수 있는 차익은 2500억원대로 예상됐다. F&F는 올 5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오르며 10억원대의 입찰 보증금을 지불했으나, 인수를 최종 고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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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가 마제스타 빌딩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당장 입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F&F는 2008년 매입한 역삼역 인근 부지에 사옥을 만들어 쓰고 있다.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 오래전부터 강남, 용산, 성수 등지에서 1만 평 규모의 신사옥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F&F는 마제스타 빌딩을 신사옥으로 낙점 지었는데, 기존 임차인들이 있어 최소 5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임대차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5년 후에도 입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인수 포기에 쐐기를 박았다고 보고 있다. 넥슨 게임즈는 올 1분기에 마제스타빌딩에 약 5500㎡(1664평) 규모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계약을 성사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의 개발 업계 관계자는 "임차 상황이나 내부 반대 등 잡음이 일자 단순히 김 회장이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F&F 내부에서도 패션 회사가 영역 확장도 아니고 부동산에 힘 쏟는 게 맞냐는 말이 나왔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인수 금액과 상관없이 잡음이 많은 점이 김 회장의 마음을 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등 금융시장 악화로 인한 영향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말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MLB를 보유한 F&F는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 통상 패션회사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실적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089억원과 5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62.7%씩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전년 대비 10%대의 성장에 그치면서 김 회장이 신사옥 매입을 중단했다고 추측했으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F&F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마제스타 빌딩 매수 기회는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던 NH투자증권-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에게 돌아갔다. 코람코는 마제스타 빌딩 타워2를 2017년 8월부터 취득해 운영 중이다. 이번에 이지스자산운용이 타워1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코람코는 마제스타 빌딩 전체를 보유할 기회를 얻게 됐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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